Thoughts2020. 4. 6. 15:26

"차이가 바로 느껴지시죠?"

 

그의 어조는 생각만 해도 가슴 뿌듯한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작가의 그것이었다.

 

"네, 그렇네요."

 

그리고 그 뿌듯함에는 근거가 있었다. 문이 닫히자, 통신사 시그널 부터 와이파이까지, 세상과 나를 이어주던 인터넷의 모든 흔적이 깨끗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완벽하네요."

 

내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리자, 그는 음영 지역이라고는 찾기 어려운 도시 한 복판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꼼꼼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문용어가 섞인 그의 말을 온전히 다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특정 대역 주파수에 대한 차폐 성능이 뛰어난 도료, 단열재, 그리고 벽지를 내장재로 사용했기 때문에, 문을 닫는 순간 거의 모든 종류의 무선 통신 시그널로부터 완전히 격리된 공간이 만들어 진다는 것이었다. 

 

"아, 물론 내장재만으로는 100% 완벽한 차단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아까 들어오실 때 이 집 앞 건물 옥상에 기지국 중계기 설치되어 있는 것 보셨죠?"

 

20평방미터 남짓 되는 그 짙은 초록색 방에는 1인용 소파 하나, 침대와 협탁, 그리고 작은 냉장고가 있었다. 그는 소파가 놓인 쪽 벽으로 걸어가, 그 벽에 손을 짚고는 나를 보았다. 무언가 이상한 부분을 눈치채지 못했느냐고 묻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하지만 정말로 내가 알아채기를 기다린 것은 아니었던 모양인지, 그는 곧바로 벽을 탁탁, 두들기며 말을 이었다. 

 

"창문도 없애야 했습니다."

 

그랬다. 그 방에 들어서자마자 답답한 기분이 들었던 것은 인터넷 신호가 끊겨서도 아니었고, 짙은 초록색 벽지 탓도 아니었던 것이다. 

 

"원래 여기가 창문이 있던 자리인데, 창문을 열면 바로 맞은편 건물이 보여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듯이 그 옥상에..."

 

"... 기지국."

 

"네, 기지국 중계기가 있죠."

 

침대 옆 협탁 위에는 그녀의 평소 관심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이는 책들이 두어 권 놓여 있었고, 쇼파 위에는 갈색 무릎 담요가 구겨져 있었다. 냉장고는 거의 비어 있었고, 벽에는 어떤 사진도, 그림도 없었다. 인생에 대한 욕심으로 가득했단 평소 그녀의 모습과는 딴판인 인테리어였다. 나는 물었다.

 

"혹시 왜 이런 방이 필요했는지, 설명은 했었나요?"

 

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 네?"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했어요."

 

내가 아는 그녀는, 선량한 사람이었다. 세상의 근심과 걱정거리들과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서, 침대에 누워 눈을 감기만 하면 아무런 잡념 없이 잠들 수 있을 정도로 선량한 사람이었다. 너무 쉽게 잠드는 바람에 혼자 사는 데서 오는 두려움을 느낄 겨를도 없다는 게 유일한 걱정거리라던 사람이었다. 

 

"이해가 잘..."

 

"네. 저도 의아했죠. 보통 수면부족때문에 특별한 인테리어를 부탁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기껏해야 커튼에 좀 더 신경을 써달라거나, 방음이 좀 더 잘 되게 해달라 정도니까요. 그런데 인터넷 신호를 전부 막아달라? 이해도 안됐을 뿐더러, 그런 시공은 해 본 적이 없어서..."

 

"그래도 하시겠다고 하셨네요?"

 

"20년 친구 부탁이니까요. 캐물어도 그 이상은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했고..."

Posted by 이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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