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15.09.26 11:28

시애틀에 도착한지 사흘 째. 심한 목감기로 고생하고 있는 중이라, 어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주 관련해서 이것 저것 처리할 것들이 많아 전혀 쉬지 못한 것이 원인이 되었던 듯. (여기까지 적었더니 집 앞에 있는 Walgreen에서 약을 사다 먹으라는 제보가 들어왔다. 기침을 참을 수 없을 때는 Cough Drops라는 사탕처럼 생긴 약을 물고 있으라고. 더 심해서 잠이 오지 않을 지경이면 NyQuil을 사다 먹고 뻗어버리라고. 다만 NyQuil은 다음날 오전까지 졸릴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둘째 날에는 애들 학교와 관련된 사항을 알아보고, 등록을 진행하기 위해 연락처를 받아왔다. 좋은 소식은 Temporary housing에서도 학교 등록은 가능하다는 것이고 (첨에는 집 계약서가 있어야만 아이들을 학교에 넣을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잘못된 정보였다. 학교 등록 신청서를 보니, 임시 거처에서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안좋은 소식은 방문 약속을 잡으러 학교에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받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_-; 월요일에 다시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으면 이제 직접 가서 약속을 잡던지 해야 할 듯.  


SSN (Social Security Number) 신청과 관련해서 아이들 양식까지 전부 준비를 해 뒀었는데, 와이프와 아이들의 SSN은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그러니 내 것만 신청하면 될 것 같다. 출입국 사무소에서 기록이 넘어오는 시간이 있다고 해서 화요일에 가기로. 오피스에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서 아침에 갈 생각이면 여덟시 반, 저녁에 갈 생각이면 오피스 문 닫기 직전에 가는게 좋다고들 한다. 


벨뷰 지역의 SSN 사무소는 636 120th Ave NE #100, Bellevue, WA 98005에 있는데, 구글 리뷰가 아주 끔찍하다 -_-; 가급적 모든 양식을 미리 채워서 가는 것이 시간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인 듯.


* * * 


한가지 위안인 것은 이틀 째 되던 날, 옆집에 사는 한국인 부부의 도움으로 한인 마트를 찾아 냈다는 것 (H mart). 한인 마트에서 가장 먼저 구입한 것은 쌀과 쿠첸 압력 밥솥이었다 -_-; 


그런데 마트를 갈 때 마다 젓가락을 사 오는 것을 잊는다. 지금 묵고 있는 임시 거처에는 숟가락과 포크 뿐이라, 김에 밥을 싸 먹을때 애로사항이...


그러나 어른들이 이런 시시콜콜한 사항에 신경쓰건 말건 아이들은 Sports Authorities에서 구입한 공과 축구화로 운동장에서 두어시간동안 축구질에 여념이 없었으니... 대체 그런 에너지는 다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싶다. 나는 일단 이놈의 감기에서 벗어나야 뭐든 할 수 있을텐데. 다행인 것은 이제 주말이라 아무 것도 안 해도 된다는 것이다 -_- 



Posted by 이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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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나더

    블로그 보면서 많이 배우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조언 드리고 싶은데, 가족들도 SSN 신청해서 받을 여건이 되면 일찍 받아놓는게 좋습니다. 미국에서 SSN 없이 불편한 일이 너무도 많습니다. SSN 있다면 은행, 크레딧카드, 운전 면허, Utility 등의 일 처리하기가 훨씬 수월하죠.

    2015.10.05 04: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비밀댓글입니다

    2015.10.15 20:42 [ ADDR : EDIT/ DEL : REPLY ]
  3. SALLY

    우와- 저희남편도 이틀전부터 시애틀 아마존 본사에서 일해요.
    저희도 지금 임시숙소에서 먹고자고 하고 있어요.
    밥솥이랑 쌀 산것도 똑같네요.ㅋㅋㅋ 젓가락 안사온것도 같아요.ㅋㅋ
    김 싸먹는거 그냥 손으로 싸먹고 있어요.
    너무 반갑습니다! 저희남편보다 10살은 많으신데도 멋진 도전을 하시는거 같아요.
    저도 이렇게 기록을 남겨놓아야겠어요. 글 잘 봤어요-

    2015.10.16 01: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 그러시군요. ㅋㅋ 제가 며칠 좀 더 일찍 입사한 것 같으네요. 혹시 도움 필요하시면 제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byungjoon.lee@gmail.com 이구요. 여러가지 신경써야 할 것 들이 많을텐데, 제가 도움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도와드릴께요.

      2015.10.27 03:12 신고 [ ADDR : EDIT/ DEL ]
  4. 비밀댓글입니다

    2015.10.16 01:17 [ ADDR : EDIT/ DEL : REPLY ]
  5. 비밀댓글입니다

    2015.10.20 15:46 [ ADDR : EDIT/ DEL : REPLY ]

Thoughts2015.09.24 14:21

시애틀에 무사히 도착했다.


대략 30회에 육박하는 미국 출장 경험으로 단련되어 뭐 설마 입국 쯤이야... 하는 흐리멍텅한 정신상태로 입국에 임했으나 다행히 아무 일도 없이 다 잘 넘어갔다. H-1B를 받았다는 것, 그리고 출입국 도장에 유효 기간이 좀 길게 찍혔다는 것 말고는, 평소 출장 다닐 때와 하등 다를 것이 없는, 지루하고도 평범한 입국이었다.


그러나 미국 땅에 도착하면서 깨달았다. 예전에 출장을 올 때는, 무슨 일이건 생기면 도와줄 동료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렌트카를 찾고 짐을 풀고 장을 보고 네비게이션을 보며 길을 찾고 운전을 하고 표지판을 보는 모든 것들을 혼자 해야만 했다. 그러나 곧 깨달았다. 그 모든 과정이 영어로 진행된다는 것 말고는, 한국에서의 생활과 큰 차이가 없음을. 못 알아들어 버벅거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받아들일 준비만 되면, 다 괜찮다는 것을. (으...으응?)





오히려 가족과 함께 한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번에 옮긴 짐 중에 이 녀석들이 가장 크고 옮기기 까다로운 짐이었다는 것 정도였다... (먼산)


* * *


캘리포니아와 비교하면, 시애틀에서는 시골 동네 냄새가 난다. 굴곡 많은 지형도 그렇고,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거주지 생김도 그렇다. 캘리포니아 땅값이 비싼 이유를 알겠다 (...) 그나마 이런 동네에서 사는 한 가지 장점은, 걸어갈만한 데에 뭔가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는 것이다. (위의 사진에서 보다시피 집 앞에 마트가 있고, 사진에는 나오지 않지만 옆에는 스타벅스가...) 게다가 옹기종기 모여 살아서 그런지 다들 굉장히 친절하다 ㅎㅎㅎㅎ


그건 그렇고 내일부터는 한달 뒤에 이사갈 집을 알아보고 계약까지 성사시켜야 할 판인데 영어때문에 벌써부터 걱정이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뭔가 formal한 분야는 내가 잘 알아듣고 좀 덜 formal한 부분에서는 와이프가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Posted by 이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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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2015.09.15 19:16

미국 이주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것들을 몇 가지 정리해본다. 주의하지 않으면 시행착오를 겪거나, 막판에 준비하느라 시간 부족을 느끼게 될 만한 것들이다.


1. 비자 인터뷰는 예약 후 7주일에서 15일가량 걸린다.


그러니 비자 인터뷰는 서두르는 것이 좋다. 간혹 서류 미비로 다시 방문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는데 (실제로 이런 분을 봤음) 그런 일이 생기면 시간이 부족해서 피가 마르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2. 항공권 예약은 일찍 하자.


항공권 발급을 서두르면 원하는 항공편에 수월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늦으면 마일리지를 쌓는 항공사와는 다른 항공사가 비행편으로 배정되는 경우도 있다. (항공원 예약을 회사에서 해주다 보니...)


3. 아이들 입학 문제는 집 계약이 성사된 이후에나 가능하다.


집을 구했다는 계약서가 없으면 아이들을 공립 학교에 입학 시킬 수 없다. (워싱턴 주 이외의 지역은 다를 수도 있다.)


4. 아이들 예방접종기록을 챙기고, 생활기록부를 번역한 후 공증받자.


예방접종기록은 보건소에서, 생활기록부는 학교에서 발급받으면 된다. 생활기록부는 번역이 필요한데, 직접 번역해서 공증받을 수도 있고 공증해주는 곳에 번역을 의뢰할 수도 있다. 직접 하면 비용을 절반 정도 줄일 수 있는데, 번역과 공증을 대행해주는 사무소에서 번역 품질을 문제삼아 뻰찌를 놓을 수도 있다. 나는 번역서를 열권 정도 냈는데 설마 대충대충했겠느냐고 좀 짜증을 냈더니 그냥 넘어갔다.


수두 같은 것은 미국 학교에서 요구하는 2회의 접종 기록에 못미칠 수도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수두를 앓은 적이 있고 다 나았다는 싸인을, 수두 치료를 받았던 병원 의사한테 가서 받으면 된다.


5. 계좌는 빨리 만들라


옮기는 회사가 큰 회사면 연계된 은행에서 계좌를 만드는 작업을 원격지에서도(그러니까 한국에서도) 진행할 수 있다. 계좌를 만들면 회사의 이주 지원금을 계좌를 통해서 받을 수 있고, 현지 도착한 직후에 체크 카드를 발급받으면 바로 꺼내 쓸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다. IT 기업과 연계되어, 서비스를 비교적 잘 해주는 곳으로는 FIrst Tech가 있다.  


6. 관련된 모든 문서를 스캔해 놓으라


여권, 비자, Petition, Original Acceptance notification of Petition, 계약서 등등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의 사본을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 계좌를 만들거나 할 때 사본을 요구한다. pdf 파일 같은 것으로 만들어 놓고 필요할 때 마다 첨부하거나 출력하면 된다.  


7. 떠나기 전에 만날 사람들은 가급적 빨리 만나 놓자


출발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갑자기 늘어나는 경우가 있으니까, 볼 사람은 빨리 봐 두는 것이 낫다. 아니면 출국하기 전에 너무 정신이 없다. 


8. 비행기편에 보낼 짐과, 배 편으로 보낼 짐을 분리하자


비행기편에 보낼 짐은 temporary housing으로 도착할 수 있도록 해 놓고 (보통 회사에서 temporary housing을 지원한다) 배 편으로 가는 짐은 storage에 보관할 수 있도록 하자. permanent address가 생긴 다음에 storage에 보관한 짐을 옮겨서 풀면 된다.  


비행기편에 보내는 짐은 보통 일주일 정도면 도착하고, 배 편으로 보내는 짐은 한 달 이상 걸려 도착한다. 그러니 배편으로 보내는 짐에 각종 서류가 포함되지 않도록 하자. 낭패본다. 


9. 돼지코와 승압기를 준비하자  


전자제품의 free-volt 여부를 확인한 다음, 전압 조절이 자동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제품을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승압기도 준비하자. 돼지코가 없으면 당장 핸드폰을 충전할 수 없을 것이다 (묵념)


10. 시차 조절에 대비해서 수면제를 준비하자


어디서라도 머리만 대면 잠드는 사람이라면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이틀에서 사흘 뒤면 찾아올 불면의 시간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수면제나 수면 유도제를 준비해 놓는 것이 좋다.


11. 치과 진료는 미리 받고, 여분 안경은 미리 장만하자


미국에 도착해서 치과 진료를 받거나 안경을 장만하려고 하면, 당연하게도 비싸다 (...) 한국에서 미리 할 수 있는 것은 미리 해 놓자. 스케일링 같은 건 당연히 미리 받는 것이 좋고, 안경은 망가질 경우를 대비해서 하나 쯤 더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 


... 라고는 하지만 가는 회사가 큰 회사인 경우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구글 같은) 안경, 치과 진료 등이 medical care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안경 렌즈, 안경 테 등등을 장만하는 데 드는 비용은 거의 무료다. 스케일링 비용도 거의 무료다. 그런 사람들은 굳이 뭘 챙겨가거나 하나라도 더 하려고 애 쓰지 않아도 괜찮다. 


12. 운전면허증 발급 절차를 숙지하자


다행히 워싱턴주는 몇 가지 서류만 준비하면 한국 운전면허증을 현지 면허증으로 바꿔주지만 (...) 다른 주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이 초식이 가능한 것은, 워싱턴주가 한국과 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운전면허 발급 절차가 복잡한 주로 가는 사람은 미리 발급 절차를 확인해놓고 가야 한다.


13. 차량 구매에 관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자 


미국에 처음 가는 사람은 credit 문제 때문에 차량을 구매한다거나 중고차를 구입하는 경우에 곤란함을 겪게 되거나, 은행에서 auto loan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회사에서 관련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미리 확인하고 간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로, 차량 구매는 인터넷을 통해 offer를 받는 형태로 진행하면 가장 싸고 편하다고 한다.(...)


운전경력 영문증명서를 떼 가면 보험을 드는 경우에 할인을 받을 수 있다니 참고하자. 


14. 입국 후에는 I-94 기록을 여러 장 출력해놓자. 


SSN 신청 등 여러 곳에서 I-94 기록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 사본을 많이 만들어두고, 스캔까지 떠 놓을 수 있으면 요긴하다. 


15. 입국시에는 여권에 찍히는 모든 내용을 그 자리에서 다 확인한 다음에 admission counter를 벗어나자. 


당연한 말이겠지만 확인하지 않고 벗어나면, 그것으로 모든 것은 끝. 비자 유효기간보다 한참 적은 기간으로 거주 가능 기간이 잘못 적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전부 확인하고, 잘못 적힌 내용은 바로 항의해서 고쳐야 한다. 적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입국일, class of admission, expiration date 등이다. 


15. 잘 모를 때는 웬만하면 코스트코를 이용하자. 


16. 국민연금은 전화로 납부유예를 받을 수 있다. 최장 3년. 환급은 permanent 영주권이 나온 뒤에나 받을 수 있다. (그 경우 서류는 fax로 보내면 된다고.)


17. 건강보험료 납무 정지도 전화로 가능하다. 단, 미국 입국 사흘 뒤에.







Posted by 이병준
TAG 미국,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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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꼼꼼하군. 난 귀찮아서 안가련다 ㅎ

    2015.09.15 23: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Thoughts2015.09.10 14:27

23일이면 한국땅을 떠나 미국으로 간다. 아마존 시애틀 본사에서 일하기 위해서다. 출근이 10월 첫 주 부터니,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잠이 올 리가 없어서, 당연히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시차 적응은 잘 될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


내가 9개월 전에 처음으로 14년 일한 대전의 직장을 때려칠 때, 많은 사람들이 물었다, 그 좋은 직장을 왜 때려치느냐고.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이들어 내 인생을 너무 후회하게 될 것 같아서."


그리고 판교에서 일한 9개월 동안 나는 몇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1) 내가 14년을 보냈던 직장이 인생과 일의 균형을 찾는 사람에게는 '완벽한' 직장이라는 것, (2) 어떻게 하더라도 후회는 하게 되어 있다는 것, (3) 사기업에서의 모든 결정은 결국 다 윗 사람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게 된다는 것, (4) 내 인생에 대해서는 최대한 이기적이 될 필요가 있으며, (5) 서울은 절대로 아이를 키우기에 적당한 곳이 못 된다는 것 등이다. 


그래서 44살에 미국행을 결심하게 되었나? 그런데 사실 그건 또 아니다. 경험삼아 본 시험에 붙었고, 좋은 조건에 계약할 수 있게 되었다는게 전부다. 그 덕에 대한민국의 몇 가지 지긋지긋한 현실들로부터 잠시 떠나 있을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럽다. 


그런데 정말로 그게 전부 다 일까? 


아마 아닐 것이다. 그냥, 딱히 꼬집어 말할 만한 것이 생각나지 않아서, 정확하게 말을 할 수 없는 것 뿐이다.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예전 같았으면 무서워서라도 절대로 하지 않을 일을 하게 되었고, 그런 변화에도 비교적 담담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담력이 늘었나? 아니다. 그냥 무뎌진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여러가지로 예전보다 훨씬 더 무덤덤해졌다. 1년전과 비교해보면, 이제 나는 무슨 거창한 목표 같은 것도 세우지 않으며, 사명감 같은 것도 없다. 그런 것들을 갖고 살면 인생이 너무 피곤하다. 그냥 하루 하루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 정도나 제대로 고민하면서 사는 게 바람직하다. 그 이상을 내다보기엔 식견도 짧고, 감당할 능력도 없다. 열심히는 살되, 무언가가 되려고 너무 안달하고 싶진 않다. 


그런데 왜 잠을 못 이루느냐고? 판교에서 보낸 9개월의 후유증 덕분이랄까... 새 회사에 적응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같은 짓을 '영어로'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공포스러운 것이다. 오직 그것 뿐이다. 뉴욕 타임즈에 아마존에 대한 안좋은 이야기들이 잔뜩 실렸던데, 사실 그런 이야기들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대한민국에도 그 만큼 악평을 받을 만한 기업은 차고도 널렸다. 회의 시간에 까이고 우는 개발자 이야기도 나오던데, 대한민국에서도 회의 시간에 임원 눈에 거슬리면 쌍욕 듣는다.


그냥 잘 적응하고 싶다. 잘 적응해서, 향수병에도 걸리지 않고, 미국까지 건너간 사실을 후회하면서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판교에서 보낸 시간 동안은, '내가 이런 걸 하려고 14년 직장을 때려쳤나'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고, 그 덕에 잔뜩 열이 받아 있었고, 덕분에 '이런 걸'이라고 폄하했던 일들도 제대로 못 해 냈다. 이번엔 아마 좀 다를 것이다. 계약서에 싸인하는 순간, 내 기존 경력은 전부 쓰레기통에 처 박아 버렸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기술 언저리에서 박사학위도 받았고, 당분간은 그 주변을 기웃거릴지도 모르겠지만, 더 이상 그런 일들을 못 하게 되어도 상관 없다.


어차피 내 자신이라는 것에 너무 집착하다보면, 다른 아무것도 못 보게 되는 법이니까.



Posted by 이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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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도전이 항상 성공할 수 없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니 새로운 도전은 성공하지 않을까요.?.?
    시애틀에는 꼭 놀러가겠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5.09.10 19: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건승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15.09.10 22: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적응 잘하시고 후회없는 생활 하시기를 바랍니다

    2015.09.10 22: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잘 가라 친구.

    2015.09.11 00:3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우연히 블로글에 들어와 이 글을 봅니다. 저와 비슷한 40대 중반이라 특히 응원합니다. 저도 비록 국내이지만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중이라 영어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 충분히 이해하고 저도 많이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응원합니다.

    2015.09.11 13: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비밀댓글입니다

    2015.09.12 01:06 [ ADDR : EDIT/ DEL : REPLY ]
  7. 말씀하신 것처럼 어디에서도 후회라는 감정은 따라다닐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덜 후회하실 선택이시길 빕니다.^^ 멋진 미국 생활 되세요~

    2015.09.12 14: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신진호

    판교에서 응원하겠습니다!!
    미국가시면 아마존 적응기도 올려주세요 ㅎㅎ

    2015.09.13 16: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비밀댓글입니다

    2015.09.15 13:48 [ ADDR : EDIT/ DEL : REPLY ]
    • 이런 폭퐁질문받기 전에 퇴사하길잘했군요 ㅎㅎㅎㅎ
      농담이구요.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 보기 좋았습니다.
      항상 좋은 결과 있으시길 빌께요~

      2015.09.13 17:50 신고 [ ADDR : EDIT/ DEL ]
  10. 41살 회사가 매각되는 중인 늙은개발자입니다 응원합니다

    2015.09.15 19: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이상준

    병준, 모든 게 잘될거야!!

    2015.09.21 16: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비밀댓글입니다

    2015.09.22 14:10 [ ADDR : EDIT/ DEL : REPLY ]
    • 일단 한국이건 어디건 들어가기면 하면 회사 내에서 이동하는 건 상대적으로 쉽다고 하더군요.

      2015.09.24 13:56 신고 [ ADDR : EDIT/ DEL ]
  13. 비슷한 연배라 공감가는 부분이 많네요.
    저 역시 응원합니다.
    아자아자 화이팅~~ ^^

    2015.10.01 08: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비밀댓글입니다

    2015.12.27 01:31 [ ADDR : EDIT/ DEL : REPLY ]
  15. 수석님~ 화이팅입니다.^_^

    2015.12.27 12: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저랑 같은 생각으로 사시는것 같습니다. 괜히 반가워서 댓글 달고 가요! 저도 1월에 실리콘 밸리로 넘어가는데 두근두근합니다. 화이팅 하세요~

    2015.12.28 15: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켈슨

    음. 잘하셔

    2018.04.08 23: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켈슨

    멀리가셔서 중소기업이잘사는. 방법좀공부해주세요

    2018.04.08 23: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켈슨

    퐈이팅입니다

    2018.04.08 23: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Thoughts2015.08.01 19:56

안녕하세요?


원 글이 예상치 않게 퍼져나가면서 당초 의도와는 다른 뜻으로 해석되기 시작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글을 내립니다. 


그래도 원 글의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 위해 두 줄 요약:


"나이먹고 능력 없어서 망했어요"


"그래도 많은 교훈을 얻었으니 담에는 더 잘 해 보렵니다"


저 그리고.. 이 블로그에 올라간 글 가운데 상당수는 늙고 능력없는 개발자가 삽질하다 정리한 내용을 적은 거에 불과하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시면 곤란합니다.


그리고 원 글이 이곳 저곳에 퍼지다보니, 블로그 곳곳에 이상한 덧글이 달리기 시작했는데요. (뭐 대부분 인신공격성...) 그런 덧글 작성자 분들께는 영화 "굿모닝 베트남"을 추천드립니다. 그 영화 말미에,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하는 주인공 DJ를 죽자고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는 장교를 같은 군 장성이 한직으로 좌천시키면서, 이런 말을 하죠.


"첨에는 니가 그 친구를 왜 그렇게 못살게 구는지 이해해보려고 했는데... 다른 이유가 없었어. 너는 그냥 못돼먹은거야. 그게 네 본성인거지."


감사합니다. 



Posted by 이병준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

  1. ^^ 언제나!! 응원합니다.

    2015.08.01 20: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MoMo

    오르막길있고
    내리막길 있잖아요 ^^
    힘 내세요 ~ !

    2015.08.03 15: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응원합니다.

    2015.08.03 22: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it나그네

    Etri 다니셨던게 문제네요 ㅋㅋ...공무원 같은 엔지니어에서 세상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엔지니어로 거듭나시는 상황이니 축하드립니다....그리고 1주에 술 한번 먹는거기자고 건강 잃었다고 하시면 술을 아예 드시드지 마시던지....더 열심히 드셔서 1주에 3,4번 먹고도 괜찮게 "개발"시키세요

    2015.08.03 23:2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공감이

    우연찮게 블로그에 담겨진 글들을 읽게 되었는데, 연배도 그렇고 같은 엔지니어로서 공감되는 점이 많았습니다. 멀리가셔서도 꼭 건승하시고, 몸건강하세요. 사실 OLYMPUS는 오늘 읽으려고 남겨두었는데.. 삭제되서 아쉬웠어요. 글 너무 잘쓰시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08.04 16: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비밀댓글입니다

    2015.08.06 14:45 [ ADDR : EDIT/ DEL : REPLY ]
    • 글쎄요 퍼가실만한 글이 있으실지 모르겠으나.. ㅎㅎ 그러고 싶으시다면 상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08.06 21:43 신고 [ ADDR : EDIT/ DEL ]
    • 비밀댓글입니다

      2015.08.07 14:21 [ ADDR : EDIT/ DEL ]
  7. 비밀댓글입니다

    2015.08.15 09:33 [ ADDR : EDIT/ DEL : REPLY ]

Thoughts2015.04.03 15:34

경력직 개발자로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사항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1. 새로운 직무가 이전 직무와 얼마만큼 비슷한가?


새로운 직무가 이전 직무와 완전히 딴판이라면, 당신은 석 달 정도 고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 석 달 동안, 당신은 겪어보지 못한 오만가지 수모를 다 겪을 것이다. 우선, 잉여인간 취급을 받을 것이고, 듣보잡 취급을 받을 것이며, 당신이 했던 일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개발자들로부터 투명인간 취급을 받을 것이다. 직무가 손에 익을 때 가지 그야말로 걸음마를 처음 배우는 아이의 심정이 되어 살얼음판을 걸을 것이며, 그 와중에 빌드에 버그라도 하나 심고 나면 자책감에 잠 못 이루며 '내가 왜! 내가 왜!'를 외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기다려라. 딱 석달이다.


2. 지나친 사명감은 버려라


새로운 직장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남다르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스스로 지나치게 너무 높은 목표를 설정하거나, 개발자에게 딱히 어울리는 것이 아닌 사명감이나 목표를 설정하게 되면 굉장히 피곤한 석 달을 지내게 된다. 강박관념, 그러니까 더 잘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스스로를 학대하고 괴롭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냥 일은 일일 뿐이다. 일을 잘 하면 평가가 좋아지긴 하겠지만 일을 못 하더라도 당신은 그저 회사의 한 개인일 뿐이다. 일 못하는 개발자에게 많은 돈을 주게 될 수 있다는 것도, 회사 입장에서 보면 그저 수 많은 리스크 중 하나일 뿐이다. (...) 그러니 그냥 묵묵히 맡은 일에 정진하다 보면, 석달 뒤에 당신은 어느새 일을 그럭저럭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사명감은 석달 뒤에 느껴도 늦지 않다. 


3. 자기 자신을 너무 바꾸려 하지 말라


이전 회사에서 당신은 당신 자신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새 직장에서 당신은 뭔가 다른 모습으로 거듭나고 싶을 수 있다. 성격을 바꾸고 싶을 수도 있고, 생활 패턴을 바꾸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변신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원래 자신을 지나치게 억누르다 보면 어느새 스트레스 지수가 흠뻑 올라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는 점이다. 


당신 자신이 어떤 인간이건 간에, 그런 당신을 뽑아서 생긴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은 당신을 뽑은 회사가 할 일이다. 당신의 인격에 관한 문제는 상사가 더 알아서 신경쓰고 관리하게 내버려두고, 당신은 코딩에나 집중하자. 좋은 코드를 생산하는 개발자는 조금 까칠해도 용인되는 경향이 있다. 


4. 새로운 회사에서 사용하는 도구를 재빨리 익혀라


새로운 회사에서 사용하는 도구를 당신이 사용하는 도구로 전부 교체할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새로운 회사의 업무플로우와 도구들에 익숙해져야 한다. 초기 석달간 가장 중점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부분은 그런 플로우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전부 메모해두고, 한 번 물어본 것은 다시 물어보지 않도록 신경쓰자. 


남의 시간을 너무 많이 뺏는 개발자는 자고로 피곤한 법이다. 


5. 멘토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 


새 직장에서 멘토를 지정해주면 좋겠지만 지정해주지 않는다면 지정해 달라고 요구하거나 아니면 괜찮아보이는 사람을 찍어서 술을 잔뜩 사준 다음에 멘토 역할을 맡기자. 아랫사람 윗사람 가릴 것 없이, 능력이 출중해 보이는 사람을 찍으면 효과 만점이다. 


그 사람과 친해질 수만 있다면, 당신은 좀 더 쉽게 새 회사의 업무 분위기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찍은 사람이 하필 당신보다 더 까칠한 사람이었다면 (묵념)



Posted by 이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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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중요한게 빠졌군요. 의사결정권자, PM, 고객측 컨택포인트 이 사람들하고 관계만 좋다면 당장 내일까지 10개의 일을 해야하지만 어찌어찌해서 5개 또는 3개로 줄어드는 수가 있지요. 프로그래밍 물론 중요하죠. 그래도 일에 대한 부담 자체를 덜어줄 수 있는 사람들도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는겁니다

    2015.09.16 06: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Thoughts2014.09.02 10:03

5. 잘난 맛에 사는 개발자


이런 부류의 개발자는 보통 '내 코드에는 버그가 없다'나 '그건 당신 실수다'라거나 '그건 네 잘못이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좋은 회사에서 일하는 프로그래머일수록 자부심이 지나쳐서인지 이런 경향이 강하다. 일례로 D모 사의 팀장급 개발자를 모셔다가 세미나를  한 적이 있는데, 청중의 어떤 요구도 가볍게 씹어주는 신공을 발휘한적이 있다. '내 목소리는 원래 작아서 이것 보다 크게 말씀드릴 수 없으니 알아서 들으시라'는 말은 아직도 우리 회사의 직원들 사이에 전설로 남아 있다. 와서 세미나 해 주는 것만 해도 영광이란 소리다.


거기다 이런 부류의 개발자는 같은 회사 직원을 제외한 다른 누구에게는, 동문 선배님이라도 되지 않으면 절대로 친절하거나 살갑지 않다. 살면서 누구에게 친절한 적이 한 번도 없는 인간들처럼 군다는 것이 특징이다. 본인은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재수없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CEO라고 해도 쉽게 내치기에는 어려운 단계의 직원일 수 있으므로, 웬만하면 참고 같이 지내는 것이 좋다. CEO에게는 '잘난 척'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므로, 참고 지내기는 쉬운 편이다.


4. 일을 줄이려는 본능에만 사로잡힌 개발자


윗 선에서 다 협의가 끝난 사항도 재차 전화를 걸어서 '부탁'하지 않으면 절대로 하려고 들지 않는 개발자. 윗 선에서 양해가 된 사항이라고 해도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 '더 많은 일은 싫다'는 본능에 따라서만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내가 네 윗선과 같은 급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면 알아서 기기도 한다. 


협력관계로 진행되는 일을 지연시키는 주범이기 때문에 이런 개발자를 발견하면 바로 자르는 것이 좋다. 


3. 다른 사람의 말에 잘 귀를 기울이지 않는 개발자


어지간한 대가의 말이 아니면 잘 배우려 들지 않는 부류의 개발자. 부하직원으로 두기에 어려운 유형이기도 하고, 상사로 모시기에도 어려운 유형이기도 하다. 세미나 시간에는 보통 졸기 마련이고, 회의 분위기를 해친다. 자기가 아는 내용일 경우에는 담당자가 답변할 기회를 가로채기도 한다. 


함께 일하기 피곤한 스타일이므로, 스타트업에서는 피하는 것이 좋다. 


2. 자기 개발 역량이 0인 개발자


뭐든 배우려는 생각이 별로 없어서 신기술 대응 능력이 0에 가까운 개발자. 아는 거라도 깊게 알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드물다.) 강의를 듣거나 책을 보거나 하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남들이 다 아는 내용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겸손히 들을 자세가 되어 있는 경우에는 예외이나, 그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영원히 초중급 개발자로 머물게 될 스타일이다. 


다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짜증내는 개발자


짜증나는 개발자 제 1위는... 바로 짜증내는 개발자. 인생이 엿같고 힘들어서 아무한테나 짜증부리고 싶으면 일을 때려치우고 집에 가서 쉬는게 좋겠다. 전화에 응하는 상대방은 당신과 협력 관계에 있는 회사 직원이며, 당신에게 최대한 친절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런 사람에게 전화로 짜증 내 봐야 당신 손해다. 당신 회사의 평판을 깎아먹기 때문이다. 


CEO는 이런 직원을 발견하면 바로 자르는 것이 좋다. 


Posted by 이병준
TAG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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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위의 5가지 이야기는 개발자보다는 사회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 해당 되는 이야기 같네요.

    2014.09.02 20: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흑흑... 저는 자기계발 열심히 하려고 노력은 했는데 마음만큼 제대로 되질 않아서 회사에 미안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구요. 결국은 개발자 때려치우고 다른길 찾아보고 있어요. ㅠㅠ

    2014.09.02 23: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공감가네요.. ㅋㅋㅋㅋ
    같이 일하면 힘든타입... ㅜ ㅜ

    2014.09.05 09: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Frez

    이건 개발자에 해당하는 얘기들이 아니죠. 그냥 그런 사람이 있는 것일 뿐.
    기획자, PM에 갖다붙여도 마찬가지입니다.

    2014.09.05 16: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Thoughts2014.08.04 10:20

Q: 프로그래머 남편이 수상해요


안녕하세요. 프로그래머 남편을 두고 있는 여성입니다. 남편의 행동이 아무래도 수상해서 이렇게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고자 글을 남깁니다. 


예전과는 다르게 부쩍 남편이 핸드폰 알림에 민감해요. 알림이 오면 꼭 컴퓨터 앞에 가서 앉고요. 앉았다 오면 히죽히죽 즐거운 표정이 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표정이 안좋아지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몰래 핸드폰에 무슨 알림이 오나 본 적이 있는데, 한글로 대화를 나누는 것 같지는 않고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요. 이메일은 아닌 것 같고요.


핸드폰 알림에 신경쓰는 남자들 대부분 바람 피는 거라던데, 내 남편도 그러는 걸까요? 


아. 퇴근 시간이 달라지거나, 부쩍 술을 많이 마신다거나 하진 않아요. 


A: 정상입니다


안녕하세요. 댁의 남편은 지극히 정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남편의 핸드폰에 StackExchange 같은 어플이 깔려있는지 살펴보세요. 이 어플은 대개 StackOverflow.com 같은 사이트에 연결되어 있는데, 프로그래머들끼리 질문하고 대답하면서 노는 사이트입니다. 멋진 답변으로 채택되면 배지도 주고 점수도 주기 때문에, 의외로 중독성이 높습니다. (물론 이 점수가 환금성은 전혀 없기 때문에, 지나치게 중독되면 곤란하긴 합니다.) 


전 세계의 프로그래머들과 질문/답변을 주고받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시도때도 없이 알람이 울릴 수 있다는 것은 문제입니다. 취침할때는 무음으로 바꿔놓도록 신경써 주세요. 아니면 핸드폰 어플은 삭제하도록 권해 주시던지요. 웹에서만 보고 답변하도록 해 주시고, 가능하면 하루에 한 가지 정도의 질문/답변에만 집중하도록 해주세요. 너무 몰두하면 업무에 방해가 되기도 하니까요.


아무튼 히죽히죽 즐거운 표정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은 점수를 땄다는 거고, 표정이 어두워져서 왔다는 것은 답변이 성의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 점수가 깎였다는 뜻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럴때는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어깨나 두들겨 주세요. 


이 사이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외국계 기업에 이직 기회가 생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중독되는 것이 걱정되어서 굳이 막으실 필요는 없겠습니다.


물론 점수놀이에 몰두하는 게 좀 유치하게 느껴지실 수는 있겠습니다만... (웃음) 



Posted by 이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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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ㅋㅋ 프로그래머라서 그런지 역시 ㅡ로그램에 일희일비하는군요

    2014.08.04 15: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Thoughts2014.07.28 09:16



박근혜 정부는 대체 왜 SW 교육을 입시에 연계시키려고 하는가?


일단 대통령의 발언부터 짚어보자.


"입시에 연계시키지 않으면 잘 하려고 들지 않아서..."


당연하다. 입시 준비 말고 다른 데 쏟을 시간이 없잖은가. 


각설하고. 


SW 교육을 입시에 연계시키려고 하는 것은 유행병이다. 일단 미국을 비롯한 SW 강국들이 요즘 SW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거기 편승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질 것 같으니 하는 것이다. 그런데 편승하려면 애들이 SW 교육을 받으려고 해야 할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책 읽을 시간도 없는 아이들이 입시랑 연계하지 않으면 SW 교육 받으려고 할까? 그러니 "입시에 연계하자"는 이상한 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


미국을 비롯한 SW 강국들의 SW 교육은 사실 입시와는 아무 상관없는 나노학위(nano-degree) 시대로 가고 있다. Coursera 같은 웹 사이트에 들어가면 품질 좋은 8주~12주 짜리 교육 과정이 널렸다. 대학의 한 학기 개론 수업 이상의 품질을 보증하는 강의들이 차고 넘친다는 소리다. 이런 나노학위들은 기존의 IT 교육 시장을 재편할 뿐 아니라, IT 아닌 다른 부문의 고급 교육 시장, 그러니까 대학 졸업 이상의 학위를 겨냥하는 교육 시장을 완전히 재편하고 있다. 


SW 강국들이 어렸을 때 부터 SW를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SW 부문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점유하는 것이 장차 국부에 지대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창출하는 글로벌 시장의 규모를 보라. Coursera 등이 만들어 내는 글로벌 나노학위 시장의 규모도 국내에서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그들의 "SW 교육"은 시장의 아래로부터 발원한 이런 움직임들에 토대를 두고 있다. 이미 있는 토대를 더 강화해 보자는 것이다. 더 많은 고급 인력들을 빨아들일 수요와 돈이 충분한 만큼, 가능한 이야기다. 


그런데 국내의 IT  교육은 그동안 국부 창출에 기여하기는 커녕 국내 IT 인력들의 단가를 낮추고 고급 인력은 해외로 빠져나가는 데만 기여해 왔다. 그러니 국내에서 IT 일자리는 그다지 매력적인 일자리가 아니다. 우리가 SW 인력의 토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IT 직종이 매력적인 일자리가 되어야 한다. 충분히 젊음을 투자할 만한 밥그릇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국내 IT에는, 석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젊음을 손해봐야 할 만한 매력이 없다. 그렇게까지 공부해서, 또는 치열하게 노력해서 올라서야할 만한 무엇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SW 교육이 입시와 연계되면 이런 상황이 역전될 수 있을까? 


매력적인 밥그릇이 시장에 있으면 굳이 고딩, 중딩 때 SW 교육 안 받아도 상황은 달라진다. 좋은 IT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서 프로그래밍과 알고리즘에 매달릴 것이다. (로스쿨이나 의대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일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 정부는 IT 기업과 관련 산업에 대해서만큼은 규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다. (게임 산업을 생각해보라. 이제 중소규모 국내 게임 업체들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과 그 기업에 묻어가기 위해 안간힘이다. 그들이 언제 그렇게 컸나? 우리 나라에 와서 뭘 좀 가르쳐달라고 무릎꿇고 사정하던 것이 엊그제인데...) 


그놈의 규제 혁파는 건설기업들에만 하지 말고 IT 기업들에도 좀 하는 게 어떨지. 


작금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공대생' 박근혜 정부는 잘 기획된 음모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공대 출신이니 내가 알아서 잘 하겠다. 그러니 '가만히 있으라'. 어쩌면 정부는 Coursera 같은 사이트를 정부 주도 형태로 만들어서 팔아먹으려는 심산인지도 모른다. 마치 샵메일처럼..


아니면 IT 유권자의 관심을 세월호에서 떼어놓으려고 하거나... (응?) 


Posted by 이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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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2014.06.16 16:38

파이썬도 공부하고,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기본기를 배울 수 있게 하는 괜찮은 강의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프로그래밍 개론 격의 강의인데, 정작 OOP 개념을 잘 모르면 강의를 따라가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제목은 "Principles of Computing" 입니다. 


https://www.coursera.org/course/principlescomputing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1. 파이썬 문법은 대충 알고 있는 분 (완벽하게는 몰라도 됨) 

2. 프로그래밍 개론 수업을 다시 한번 들어보고 싶은 분

3. 외국 대학에서 주관하는 온라인 개론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싶은 분

4. 프로그래밍과 관련된 여러 개념을 기본부터 다시 배우고 싶은 분

5. 영어 좀 되시는 분


이 중 1번과 5번이 안 되면 시작부터 무지 까입니다. (스스로 좌절하게 된다는 뜻) 그러니 파이썬 프로그래밍을 한 번도 해보신 적이 없거나, 파이썬의 객체지향 문법에 익숙치 않으시거나, 영어에 심각한 애로사항이 있으신 분은 듣지 않으시는 것이 낫습니다. 


물론, 돈 드는 강의 아니니까 둘러보는 건 언제나 OK.


다만, Coursera에서 주는 수료 인증서를 받으려면 돈을 내야 합니다. (ㅜㅜ)






Posted by 이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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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2014.06.13 15:52

나이 43에, 남들은 직장에서 자리를 잡아도 벌써 잡았을 나이에 면접을 봤다.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애들 키우고 부모 부양하기에 더 좋은 조건을 찾아서다. 물론, 주말부부는 각오했다. 대전 땅에는 쓸만하고 돈 많이 주는 IT 기업 찾아보기 어려우니, 서울 근방으로 튀겠단 소리다. 


물론 이런 결정에 가족들이 쉽게 동의했을리 없다. 아이들은 아빠와 떨어질 걱정에 한숨이고, 애들 엄마는 남편 없이 자식 키울 생각에 한숨이다. 그나마 큰 녀석이 "아빠가 더 좋은 일 하게 되면 난 괜찮아" 해 준 것은 위안이다. 큰아들 답게 이제 제법 듬직하다.



인생이 밟는 대로 굴러가주는 자전거 같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 것인가.



그러나 막상 치른 면접 시험은 그야말로 식은땀이었다. 14년 직장 생활동안 이런 저런 인간들과 프로젝트 사이에서 산전수전공중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경험을 쌓았다고 자부했건만, 기술 이야기만 나오면 들뜨는 버릇도 고치질 못했고 시험 문제만 마주하면 평소보다 긴장하는 버릇도 그대로였다. 하긴 지금도 발표 전날에는 잠 못 이루는 것이 다반사이니, 그런 새가슴으로 면접이나마 우아하게 잘 치렀을까. 


그러니 대전으로 차를 몰아 돌아오는 길 내내 들었던 생각은, 아 좀 더 젊었을 때 개발자로서 더 큰 일에 도전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였다. 젊고 패기 넘치고 머리 쌩쌩 잘 돌아갈 때는 빈둥빈둥 일하다가, 왜 사십줄을 넘기고 나서 갑자기 일에 열정적이 되어가지고는 이런 저런 일들을 만들고 다니는 것일까?


평균 수명도 늘어난 판국에 십년 정도 늦은 거야 아무 것도 아니라지만, 한해 한해 지나갈 때 마다 얻을 것 보다는 잃을 것이 많아지는 나이. 그래도 아직은 다행이다. 정년까지 몇년이나 남았나 세는 걸로 소일하는 막장까지는 치닫지 않아서. 


부디 앞으로 10년동안 더 많은 배움으로 즐거워 할 일이나 많았으면, 소망해 본다.


PS. n-way merge에는 PriorityQueue를 쓰면 간단합니다 



Posted by 이병준
TAG 면접,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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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14.10.26 03:39 [ ADDR : EDIT/ DEL : REPLY ]

Thoughts2014.05.15 19:57

세상에는 수많은 방법론이 있으나 SW 개발 방법론만큼 골치아픈 것도 없다. 사실 SW는 사람이 생산하는 물건이다. 사람이 생산하는 물건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미 세상에는 제조업이라는 분야가 있고, 제조업에는 공정이라는 절차가 있다. 공정에 따라서 물건을 만들면, 물건이 나온다. 


그렇다면, 개발 방법론이라는 공정을 따르면 물건, 그러니까 SW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제조업과 SW 개발 공정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SW 개발 공정은 사실 제품을 만드는 실제 공정이라기 보다는, 생산 라인을 만드는 공정에 가깝다. 우리가 컨베이어 벨트 상에서 하는 일은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정해진 순서대로 끼고 조이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런 생산 라인이 확립되기까지, 모든 제조업도 시행착오를 거친다. 


그러니 SW 개발 방법론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용하기 위해서는, SW 개발 방법론이라는 것이 실제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이 아니라 생산 라인을 만드는 것과 같은 일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하나의 생산 라인을 만들기 위해, 제조업 분야에서도 다양한 실험과 격론을 거친다. 만들고 나면 정말로 제대로 돌아가기나 하는 것인지 수없이 테스트하고 불량율을 줄인다. 그것이 생산 라인을 만드는 과정이고, 그것이 끝나고 나면 이제 물건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개발 방법론을 실제 생산 공정과 같은 것으로 오해한다. 그럴 때 흔히 벌어지는 일이, 모든 개발 절차를 가능한 잘게 쪼개서 측정 가능한 단위로 환원하려는 것이다. 개발은 컨베이어 벨트 상에서 볼트와 너트를 끼고 조이는 것과 같은 절차가 아니다. 하나의 코드에는 수많은 상념과 고민이 개입되게 마련이고, 그것은 본질적으로 어떤 측정 가능한 양으로 환원이 불가능한 것이다. 


만일 개발 방법론이 생산 공정과 같은 것이라면, 사실 우리는 개발 방법론이라는 것 자체를 거의 학습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컨베이어 벨트의 동작 원리를 학습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개발을 하기 위해 개발 방법론을 학습한다. 이것은 개발 방법론이 생산 공정으로 환원 불가능한 절차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우리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다. 


개발 방법론을 생산 공정으로 환원하고 싶다면, 정확하게 컨베이어 벨트와 동일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외부의 요구사항으로부터 철저히 격리된 환경을 제공해야 하고, 어떤 컨텍스트 스위칭도 필요 없는 환경을 제공해야 하며, 코드는 부품처럼 짜맞출 수 있는 단위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어떤 조건도 만족되지 않는 것이 개발 환경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방법론이 본질적으로 인간의 상호작용과 그것을 통한 문제 해결 절차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모든 방법론은 대체로 모든 생산활동에 통용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방법론이라는 것이 실제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과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활동일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때로 개발 방법론이라는 것이 오히려 개발, 그러니까 순수한 코딩 활동을 방해할 때가 있다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개발 방법론이라는 것은 조직과 통제, 권한과 위임의 영역을 노니는 것이지, 키보드와 마우스, 그리고 모니터 위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니 개발자들이 때로 방법론을 귀찮아하거나 역겨워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아니겠는가? 



Posted by 이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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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2014.04.19 23:28

지나친 낙관 쪽으로 편항되어 있는 인간의 판단력은 대체로 신뢰하기 어렵다. 


그런 편향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인간은 '비관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학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러나 영화 '밀레니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인간은 때로 'CLEAR AND PRESENT DANGER' 를 느끼면서도 그 위험을 회피하지 못하는 이상한 행동양태를 보인다. 과연 이 문제는 절차적 엄밀성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잘못된 판단의 결과로 일어날 수 있는 재앙의 규모가 크다면 우리는 그 판단에 인간의 낙관적 편향이 끼어들 수 있는 기회를 제거해야 한다. '배가 기울고 있다'는 위험을 느꼈을 때, '조금 더 기다려도 되겠지'라는 낙관적 편향에서 오는 잘못된 결정을 내릴 확률을 0에 가깝게 떨어뜨려야 한다. 


그렇다면 해답은 자동화다. 무조건적으로 최대한 비관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안전 절차를 수정하고 자동화해야 한다. 배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무조건 모든 승객을 하선시키도록 결정 절차를 자동화해야 한다. 사람이 죽는 것 보다는 안전 관리 비용이 증가하는 것이 낫기 때문. (비관적 판단에 편향된 자동화는 평균적 안전 관리 비용을 증가시킨다.)

Posted by 이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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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2014.04.18 10:54

세월호 사태를 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큰 배에 반드시 구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 물품들을 정리해 봤다.


1. 사다리


배가 기울어졌을 경우 출입구에 접근이 불가능할 수 있다. 방 별로 (특히 큰 방이라면) 사다리는 필수로 보인다. 벽면이나 바닥면 내장형 사다리라면 더 좋을 것이나, 불가능하다면 어떤 형태라도 상관 없을 것 같다.


2. 소형 산소통 & 물안경 & 후레쉬





헬기 조종사들은 수중 탈출용으로 위 그림과 같은 소형 산소통을 이용한다고 한다. 큰 배라면 이런 물품을 구비해 보는 것은 어떨까. 탈출할 시간을 벌어줄 것이다. 


3. 통로별 손잡이 및 수분 감응형 자체발광 탈출경로 안내도 


배가 기울어졌을 때는 통로에 잡을 수 있는 손잡이가 없으면 이동하기 어렵다. 곳곳에 손잡이가 붙어 있어야 한다. 반드시.


http://blog.asisignage.com/2012/03/14/regulatory-signs-messages-and-egress-markings-for-built-environments/



그리고 전원이 나가거나 침수되었을 때를 대비해, 자체적으로 전기 없이 발광하는 안내도 및 경로 표시가 이루어져야 한다. 사방이 칠흑같을 때 이렇게 빛나는 경로 안내가 없으면 무슨 수로 빠져나온단 말인가. 큰 배라면 반드시 설치해야 할 것 같다. 


4. 고정형 집기


배에 설치된 집기들은 기울어졌을 때 다른 위치로 이동하지 않도록 전부 고정되어야 할 것 같다. 그것도 비상구 진입을 방해하지 않는 위치에. 집기들이 이동해서 통로를 막으면 무슨 수로 빠져나가나? 게다가 고정된 집기들은 손잡이 용도로도 써먹을 수 있다. 


* * *


구조가 신속히 진행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Posted by 이병준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

Thoughts2014.04.02 16:32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세상에 기여하는 방법일 뿐 아니라, 자기 경력을 개발하는 데도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하지만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전세계 개발자와의 협업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이 사항들은 전적으로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나열하는 것에 불과하며, 다른 분들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니 참고만 하기 바란다. 





1. 인터페이스는 주의깊게 설계하라 


주의깊게 설계하지 않은 인터페이스는 나중에 시스템 확장을 어렵게 만든다. 단순히 개선하기 어렵다는 측면의 문제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여러분의 소스를 받아 사용하기 시작하면, 그 소스코드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신속히 반영하기가 점차로 어려워진다.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코드에 대한 하위 호환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이냐의 문제 때문이다. 


그러니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섣불리 시작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소스 코드가 어느 정도 안정되어, 그 개선 작업이 인터페이스나 API 규격에 미칠 영향이 적다고 여겨질 때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기본적인 문서는 갖춘 후에 공개하라 


소스코드가 아무리 쓸만해도 기본적인 문서가 없으면 관심을 갖는 이가 적다. 사용법, 확장법, 기본적인 예제 몇 가지 정도는 반드시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소스코드 패키지의 일부로 튜토리얼 문서를 넣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는 소프트웨어가 되려면 신경써야 하는 일이 많다.


3. 많은 플랫폼에 테스트한 뒤 공개하라 


리눅스 사용자만을 위한 소프트웨어라 해도, 데비안, 우분투 등등 패키지 별로 다른 의존성을 갖게 되는 경우는 흔하다. 가능한 한 의존성이 적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그럴 수 없을 때는 개발에 의존하는 패키지들을 정확하게 식별하고, 그 의존성을 해소하는 방법을 상세히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4. 피드백을 받을 준비를 하라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제 궤도에 오르면 수많은 개발자들로부터의 피드백을 받게 된다. 일일이 응대하는 것이 정신적으로 피곤한 일임은 분명하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 것도 사실이다. 피드백을 받기 위한 수단을 생각하고 도입하라. 구글 그룹스(google groups) 등의 온라인 포럼을 활용하면 좋다. 


5. 소스 공개 플랫폼은 신중하게 고르라


많은 사람들이 GitHub를 선호하고 있지만, 소프트웨어에 따라서는 다른 플랫폼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아예 독자적인 플랫폼을 꾸리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이견이 있겠지만, 필자는 GitHub를 비롯한 Git 기반 플랫폼을 선호한다.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가장 적은 플랫폼들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이병준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