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20. 4. 14. 12:48

인간의 중추신경계와 부신수질 내에 니코틴에 반응하는 리셉터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꽤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저는 이런 리셉터들이 대체 언제부터 인간의 몸에 자리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지요.

 

사실 리셉터, 혹은 수용체라고 불리는 것은 간단하게 보자면 일종의 스위치입니다. 특정한 화학 물질에만 반응하는 스위치. 인체에 특정한 종류의 물질이 흘러들면, 딱 하고 그 스위치가 켜지는 거죠. 이 스위치는 세포 내부와 연결되어 있어서, 스위치가 켜지면 그 세포가 동작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깁니다. 니코틴의 경우에는 이 변화가 혈관을 수축시키기도 하고, 신진대사를 다소 빨라지게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리셉터가 반응한 결과로 내 몸에 유의미한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죠. 

 

이 유의미한 변화를 우리는 신호 전달 과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세포 밖에서 일어나는 세건을 세포 안에서 해석 가능한 신호로 변환하여 전달하는 과정요. 인간의 감각 기관은 바로 이 신호 전달 과정, 그러니까 수용체가 구현하는 신호 전달 과정 위에 구축되어 있어요. 빛이라는 외부 신호가 시신경이 해석 가능한 신호로 변환되어 전달되는 체계가 없었다면, 우리는 세상을 볼 수 없었다는 겁니다.

 

그럼 이제 전자파 이야기로 돌아가보죠. 전자파, 그러니까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이 파장이 신체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오래전 부터 나왔습니다. 물론 그 중 상당수는 과장되어 있거나 허위죠. 가령 전자레인지가 돌아가는 동안에는 그 주변에 있으면 곤란하다거나.

 

이런 난감한 주장의 상당수는 전자파에 대한 일종의 미신적 공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런 전자기파들이 우리 일상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은 인류 역사에 있어서 최근에 집중적으로 일어난 사건이에요. 잘 알지 못하는 것에 하루종일 둘러싸여 산다는 것. 충분히 두려울 수 있는 일이에요. 과학적으로는 용납하기 힘든 일이지만요. 

 

아무튼 그래서, 그러니까 전자파가 정말로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연구도 나름 오랫동안 진행됐습니다. 특히 와이파이 같은 무선 통신 기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많았죠. 그러나 이런 연구 대부분이 어떤 유의미한 통계적 결과를 얻어내지는 못했어요.

 

몇가지 종류의 수용체가 무선통신 기술에 쓰이는 전자기파의 간접적 영향권 내에 '있을 수도 있다'는 것 정도를 주장하는 연구는 있었습니다. 가령 이런 것이죠. 와이파이 신호에 과다 노출되면 특정 종류의 스트레스성 자극이 신체에 가해지고, 그 덕분에 신체에서 특정 종류의 화학 물질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며, 그런 물질들이 특정한 리셉터들을 자극하기 시작하면 우리 몸은 이런 저런 방향으로 변화하기도 한다는 것 말이죠. 그런데 그건 곧 무선통신 신호에 반응하여 특정 종류의 화학 물질을 만들어 내라는 신호를 우리 세포에 전달하는 리셉터도 있다는 뜻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런 수용체가 있을거라고 간접적으로 추론해 볼 수 있죠. 그러나 '있을 수도 있다'고 말씀드린데서 짐작하시겠지만, 이런 연구들 가운데 어떤 통계적 유의미성에 도달하거나, 가시적이고도 확증적인 결과를 제시한 데 성공한 연구는 거의 없습니다. 특정 파장의 전자기파를 지속적으로 쪼였더니 거의 몇 퍼센트의 확률로 뭐가 어떻게 되더라, 여기까지 도달한 연구가 없었다는 거죠. 

Posted by 이병준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