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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소프트웨어 음모론

by 이병준 2014. 7. 28.



박근혜 정부는 대체 왜 SW 교육을 입시에 연계시키려고 하는가?


일단 대통령의 발언부터 짚어보자.


"입시에 연계시키지 않으면 잘 하려고 들지 않아서..."


당연하다. 입시 준비 말고 다른 데 쏟을 시간이 없잖은가. 


각설하고. 


SW 교육을 입시에 연계시키려고 하는 것은 유행병이다. 일단 미국을 비롯한 SW 강국들이 요즘 SW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거기 편승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질 것 같으니 하는 것이다. 그런데 편승하려면 애들이 SW 교육을 받으려고 해야 할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책 읽을 시간도 없는 아이들이 입시랑 연계하지 않으면 SW 교육 받으려고 할까? 그러니 "입시에 연계하자"는 이상한 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


미국을 비롯한 SW 강국들의 SW 교육은 사실 입시와는 아무 상관없는 나노학위(nano-degree) 시대로 가고 있다. Coursera 같은 웹 사이트에 들어가면 품질 좋은 8주~12주 짜리 교육 과정이 널렸다. 대학의 한 학기 개론 수업 이상의 품질을 보증하는 강의들이 차고 넘친다는 소리다. 이런 나노학위들은 기존의 IT 교육 시장을 재편할 뿐 아니라, IT 아닌 다른 부문의 고급 교육 시장, 그러니까 대학 졸업 이상의 학위를 겨냥하는 교육 시장을 완전히 재편하고 있다. 


SW 강국들이 어렸을 때 부터 SW를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SW 부문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점유하는 것이 장차 국부에 지대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창출하는 글로벌 시장의 규모를 보라. Coursera 등이 만들어 내는 글로벌 나노학위 시장의 규모도 국내에서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그들의 "SW 교육"은 시장의 아래로부터 발원한 이런 움직임들에 토대를 두고 있다. 이미 있는 토대를 더 강화해 보자는 것이다. 더 많은 고급 인력들을 빨아들일 수요와 돈이 충분한 만큼, 가능한 이야기다. 


그런데 국내의 IT  교육은 그동안 국부 창출에 기여하기는 커녕 국내 IT 인력들의 단가를 낮추고 고급 인력은 해외로 빠져나가는 데만 기여해 왔다. 그러니 국내에서 IT 일자리는 그다지 매력적인 일자리가 아니다. 우리가 SW 인력의 토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IT 직종이 매력적인 일자리가 되어야 한다. 충분히 젊음을 투자할 만한 밥그릇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국내 IT에는, 석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젊음을 손해봐야 할 만한 매력이 없다. 그렇게까지 공부해서, 또는 치열하게 노력해서 올라서야할 만한 무엇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SW 교육이 입시와 연계되면 이런 상황이 역전될 수 있을까? 


매력적인 밥그릇이 시장에 있으면 굳이 고딩, 중딩 때 SW 교육 안 받아도 상황은 달라진다. 좋은 IT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서 프로그래밍과 알고리즘에 매달릴 것이다. (로스쿨이나 의대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일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 정부는 IT 기업과 관련 산업에 대해서만큼은 규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다. (게임 산업을 생각해보라. 이제 중소규모 국내 게임 업체들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과 그 기업에 묻어가기 위해 안간힘이다. 그들이 언제 그렇게 컸나? 우리 나라에 와서 뭘 좀 가르쳐달라고 무릎꿇고 사정하던 것이 엊그제인데...) 


그놈의 규제 혁파는 건설기업들에만 하지 말고 IT 기업들에도 좀 하는 게 어떨지. 


작금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공대생' 박근혜 정부는 잘 기획된 음모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공대 출신이니 내가 알아서 잘 하겠다. 그러니 '가만히 있으라'. 어쩌면 정부는 Coursera 같은 사이트를 정부 주도 형태로 만들어서 팔아먹으려는 심산인지도 모른다. 마치 샵메일처럼..


아니면 IT 유권자의 관심을 세월호에서 떼어놓으려고 하거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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