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11. 6. 28. 11:26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는 말콤 글래드웰이 '티핑 포인트'라는 저서에서 언급한 '티핑 포인트' 도래 시점을 굉장히 짧게 만드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특정한 주제가 이슈가 되기 시작하면, 그 이슈는 소셜 네트워크를 타고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전파됩니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이 해당 이슈에 대해서 뭔가 굵직한 의견을 표방하면, 그 의견 또한 이슈의 전파 경로를 따라 복제되고 전파되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결국 그 의견은 특정한 집단의 의견으로 고착화됩니다.

그러니 온라인 상에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과 친분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소셜 네트워크 상에서도 큰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본인이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간에요. 트위터 메시지에 의견을 더하거나, RT를 하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전파된 메시지에 주목하게 되니까요. 

요즘 언론사 웹 사이트에 가보면 뉴스 아래쪽에 페이스북이나 요즘,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로 뉴스를 퍼나르기 할 수 있는 버튼들이 있습니다. 언론이 소셜 네트워킹과 이렇게 '공공연히' 손잡으면서, 뉴스 사이트들은 아마 소셜 네트워크가 자사의 웹 사이트로 밀려드는 트래픽에 얼마만큼 공헌할 수 있는지를 주목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전략은 지금까지는 꽤 효과적이었죠. 

그런데 소셜네트워크와 언론, 심지어는 소셜 네트워크와 소위 '튜브(tube)' 사이트들(유튜브 같은 것들요)이 손잡다보니, 꽤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온 국민이 CCTV가 되는 현상이죠. 그리고 그 CCTV를 역시 온 국민이 시청하고 있구요.


http://news.nate.com/view/20110628n04413 요즘 뜨는 기사로 '지하철 막말남' 기사가 있는데, 대표적인 CCTV 기사입니다. 누군가가 난동부리는 이 젊은이의 동영상을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올립니다. 일단 해당 동영상 링크가 소셜 네트워크에 올라가기 시작하고 이슈로 고착되면, 언론이 재빠르게 포착하고 이 이슈를 기사화합니다. 그러면 뒤늦게 기사를 본 사람들이 동영상을 찾아 몰리기 시작하고, 이렇게 몰려든 사람들 중 누군가가 '신상털기'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게임 끝.

이런 환경은 '아무도 윤리적으로 나쁜짓을 하기 힘든' 환경을 만든다는 점에서는 일견 긍정적일수도 있습니다. 결국, 온 국민이 CCTV 역할을 하는 것이니까요.

문제는 CCTV를 통해 유통되는 영상에 대한 평가 조차 집단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보통 CCTV 영상은 폐회된 네트워크 상에서 특정한 사용자만 본다는 점에서 다르죠) 평가 결과로 이루어지는 집단적 폭력 (가령 신상털기 같은) 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언론은 퍼나른 동영상에 모자이크 처리만 하면 자신의 의무를 다 한 것인양 정말로 중요한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구요, 사람들은 '덧글 한번' 또는 '트윗 한번'이 갖는 무게감이 정말로 깃털마냥 가볍다는 것을 이유로 아무런 책임감없이 행동하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죠.

사실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킹 방식이 득세한다는 것은 정보 전달에 있어서 추상화나 단순화 정도가 높아진다는 것인데, 추상화와 단순화 정도가 높아질 수록 그 과정에 '의견'이 개입할 여지가 많아지기 때문에 (단순화 하려면 단순화 하는 사람의 의견이 안 들어갈 수가 없죠) 그 '의견'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글이 아무리 짧더라도' 작아진다고 볼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글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글이 길고 짧고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문제는 트위터나 소셜 네트워킹을 하는 사람이 갖는 '글의 영향력'에 대한 착시효과죠. 짧으니까 괜찮을거야. 그냥 남들 다 뿌리는 곳에 나도 뿌리는 건데 뭐.

그런데 이런 착시효과는 때로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 '글을 뿌리는' 것이 어떤 효과를 갖는지 알지 못한채 일기장 처럼 사용하기도 하더군요. 그 덕에 사람이 죽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구요.

온국민이 CCTV가 되어가는 이러한 환경은 사람들을 '집단적 빅브라더'로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충동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에서는 일반적인 빅브라더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도 있죠. 나쁜 일을 한다는 의식 없이도 나쁜 일을 저지를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 소셜 네트워크를 사용할 때에는 정말로 다시 한번 생각해 봅시다. 내가 지금 하는 행동이 정말로 윤리적으로 정당한지. 위에서 예로 든 '지하철 막말남'의 경우에는 나쁜 짓을 했으니 벌받는게 정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에요. 그런데 '신상털기'같은 벌이 정말로 정당한지는 누가 판단해야 할까요?


Posted by 이병준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