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09. 5. 25. 12:28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5월 23일 세상을 등졌습니다. 이 소식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 표를 던진 이후로 정치에는 관심을 끊고 살던 저희 부부에게도 충격이었습니다. 와이프는 저와 이야기하는 동안 내내 눈물을 보였고, 저도 감정을 추스리기가 어려웠습니다.

한 때, 우리나라에는 도덕성과 출세 사이에 큰 상관 관계가 없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우리 부모님이 젊은 날을 보내셨던 시대가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이 자식을 키우면서, 상황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독재로 군림하던 제왕적 통치자가 총탄에 스러지는 모습을 보았고, 이런 저런 대통령들이 투옥되고 사형 선거를 받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도덕적인 청결함은 돈이 있으면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그런 가치는 아닙니다.

그런 과정을 보면서 성장한 30대에게, 노무현은 새로운 가치의 한 표상이 되어 주었습니다. 이제 부패는 여기서 끝이다. 부패하면 패가 망신한다.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승리한다. 예전에는 구호에 그쳤던 그런 말들이 그가 대통령이 되면서 정말 실제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대통령 직에서 내려와 검찰 수사의 대상이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대변했던 가치에 의구심을 품었습니다. '노무현도 별 수 없네...'라는 말이 지지자의 입에서도 서슴없이 흘러나왔습니다. 제가 노무현을 의심했던 것도 그때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노무현은 그가 대변하던 가치 그 자체였습니다. 그 가치가 훼손되자 스스로 '여러분은 나를 버려달라'고 말했고, 그 끝으로 그는 자신마저 버렸습니다. 신념이 떠난 자리에 남은 인간 노무현은 아무 의미가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몸으로 웅변한 것입니다.

덕분에 이제 우리나라에는 선이 하나 생겼습니다. 노무현 이전과 이후를 확연히 구분짓는, 선 하나가 생긴 것입니다. 앞으로 이 나라의 지도자들은, 노무현이 죽음으로써 그어놓은 그 선을 넘었느냐 넘지 않았느냐에 따라 평가될 것입니다. 어떤 흠결도, 그 잣대를 결코 피해나가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는 죽음으로 그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이 땅에 되살려 놓았습니다만, 남아있는 우리는 허전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가 대변했던 신념을 온전히 지켜나갈 또 다른 사람이 과연 누구일지, 혼탁한 정치판을 보아서는 도무지 짐작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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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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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

  1. 명복을 빕니다..

    2009.05.26 22:18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