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11.04.20 15:37
영어로 Underdog이라고 하면, 희생자, 또는 싸움에 진 개, 뭐 그런 뜻이라고 합니다. 사회적 약자, 또는 소수자 이런 뜻으로 볼 수도 있겠는데요. 보통 한번 underdog 계층에 떨어지면 그 윗 계층과의 싸움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underdog과 non-underdog들과의 싸움을 대표하는 사례로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들 수 있습니다. 누가봐도 골리앗이 우세한 상황인데, 다윗은 그 싸움을 보기좋게 승리로 이끌죠. 그렇다면 대관절 다윗은 어떻게 판세를 뒤집을 수 있었을까요?


다윗의 전략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골리앗이 설정한 '싸움의 틀(frame)'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누가봐도 골리앗이 우세'하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골리앗과 힘으로 싸울 경우'에만 사실입니다. 그러니, 이 경우에 틀(frame)은 힘이죠. 다윗은 '힘으로 싸우지 않는', 다시 말해 '틀 밖에서 싸우는' 전략을 통해 골리앗과의 전투를 승리로 마무리짓습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사례에서, underdog은 다윗입니다.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뉴요커(The New Yorker) 최신판에 실린 기사에서, (1) 다윗과 골리앗의 전투, (2)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제자들을 데리고 주니어 리그에서 승리 가도를 달린 아마추어 감독 (3)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터키 군단 사이의 전투 등의 사례를 들면서, 누가 봐도 underdog인 사람들이 어떻게 골리앗과의 싸움을 승리로 이끄는 지를 살펴봅니다.

그들 사이의 공통점은?

네. 규칙을 따르지 않는 다는 것이었죠. 그것도 골리앗이 정해놓은 규칙을요.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전투하는' 터키 군단과의 전투에서 '그들의 룰'대로 경기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로렌스는 그들의 보급로가 되어 주던 열차 선로를 끊는 전략을 택했고, 화력 대신 기동성을 무기로 게릴라식 전투를 감행했으며, 그들이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루트를 통해 (심지어는 사막을 통해서!) 진지를 습격했습니다.

터키 군대나 영국 군대는 소위 '잘 차려입은 의상'에 '사열대 식 공격방법'을 고수하고 있었는데, 민첩성에 기반한 이런 베두인식 공격 방법은 그런 그들의 공격 체계 자체를 무너뜨렸고, 당황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군대라는 조직이 '고도로 훈련된 개인'들의 집합이라면야 또 달랐겠습니다만, 그 시절의 군대는 평균을 약간 웃도는 전투력을 가진 보통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모여 있는 집단이었죠.

그러니, 가벼운 복장에 최소한의 무기를 들고 종횡무진 사막을 누비는 그들을 보는 터키 군대의 심정은, 마치 말 위를 '날아다니며' 화살을 쏘는 유령과도 같았던, 징기스칸의 몽골군을 보는 동유럽 십자군의 심정이나 비슷했을 거에요.

'골리앗들이 정해놓은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는 규칙은 굉장히 신선합니다. 코트 좌우를 번갈아 왔다갔다 하는 전략을 취하는 대신, 초지일관 '풀 코트 프레스(full-court press)'를 하는 농구 선수들을 상상해 보세요. 상대편은 갑자기 당황하기 시작할 겁니다. 공격이 끝나면 자기편 코트로 돌아가 수비 대형을 취한다는 건, 농구라는 경기의 암묵적(implicit) 규칙같은 것이었으니까요. (풀 코트 프레스를 하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만, 그런 전략을 '항시적'으로 취하는 감독은 흔하지 않죠.)

그런데 이런 전략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체력'이죠.

월드컵 무대에서 언제나 underdog이었던 대한민국 대표팀을 맡았던 히딩크는, 이 underdog들을 16강 이상 끌고 나가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하는지, 꽤나 고심을 했을 겁니다. 기술도 안되고, 체력도 안되는. 있는 거라곤 '그라운드에 뼈를 묻을 각오'뿐인 underdog들 말이죠.

해답은 무엇이었나요? 네. '전방위적인 압박축구'였습니다.

그 결과로, 4강까지 가는 길목에서 만난 '기술축구'들은 대부분 큰 힘을 못썼습니다. 우리를 패배시킨 첫 국가는 '전차군단'이라고 일컬어지는 철각 독일이었죠.



근데, 이런 전략을 쓰려면 정말로 부지런해야 합니다. 피를 토할 정도로 체력을 갈고닦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쉽게 쓰기 힘든 전략이죠. (농구 선수들이 경기 시간 내내 전방위적 압박을 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세요. 절대로 쉽지 않을 겁니다.)

The prospect of playing by David's rules was too daunting. They would rather lose.

- 기사 본문 중에서

골리앗들이 정해놓은 규칙을 깨서 성공한다는 전략의 두 번째 문제는 바로 '골리앗들의 저항'입니다.

골리앗들은 '골리앗으로서의 지위'를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 지위를 보장해주는 것 중의 하나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이기 때문에, 규칙을 깨려는 시도는 용인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죠. 보통 '골리앗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중 상당수가 '사회 통념'이나 '상식' 또는 '제도'라는 이름으로 굳어져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규칙을 깨려고 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상식'이나 '제도'와도 싸워야 합니다. 앞서 잠깐 언급했던 주니어 농구팀은, 결국 '전방위적 압박'에 대한 '제도적 거부감'을 드러낸 상대편 코치들이 앞세운 '어용' 심판 덕에, 패배의 쓴 맛을 보고는 주니어 리그에서 쫓겨납니다.

그렇다면, 말콤 글래드웰이 예의 분석적인 필체로 풀어놓은, 이 underdog들의 신화가 남기는 교훈은 어떤 것인가요?

여러분이 스스로 underdog이라고 느낀다면, 그리고 성공을 꿈꾸는 1인이라면? 여러분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전략은 다음의 두 가지라는 것이죠.

  • 잔인할 정도의 노력(Relentless effort)
  • 규칙의 맹점을 궤뚫는 통찰력

하지만 규칙에 도전할 때는 주의하세요. 여러분은 곧바로 '무례하다'거나 '비도덕적이다'라는 식의, '게임의 규칙'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비난에 직면하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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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병준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