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08.02.11 13:36

[죠스]의 로이 샤이더가 사망했답니다. 암으로 돌아가셨다는군요. 향년 75세입니다.  (어쩌다 보니 영화 이야기를 요즘 자꾸 올리게 되는데 이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 양해하시길.)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저도 이 배우를 [죠스]의 보안관 역으로 기억합니다. 그가 맡았던 역 중에 가장 큰 역이었죠. 그 전에 그가 출연했던 영화중 가장 유명한 영화는 아마 [프렌치 커넥션]이겠군요. 그 영화가 1971년작이니까 제가 태어나기도 전 일입니다.

[죠스]를 본 이후 저는 이 배우를 굉장히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제 집에 가면 [죠스] 비디오가 있습니다. 언젠가 폐점을 앞둔 비디오 가게 앞을 지나다가, 떨이로 나왔길래 구매해 두었었죠. 물론 자막도 구리고 화질도 형편없었습니다만, 어쩐지 DivX 파일로 죠스를 다시 보는 것 보다는 낡은 비디오로 보는 편이 더 좋았어요. 그만큼 낡은 영화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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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스에서 그가 연기한 보안관은 약간은 소심하면서도, 굉장히 가슴 따뜻한 사람이고, 나름대로 소신도 있는 사람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주변에 흔한 인물들이기도 하죠. 이런 평범한 인물이 험한 바다 한가운데로 나아가 (죠스가 나타나기 전에는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항해를 해 봤을지도 알 수 없는 사람이 말이죠) 식인상어를 때려잡는겁니다. 오만가지 시련을 다 겪으면서요. 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의 마음을 끄는 것은 이런 스토리였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 시련 앞으로 당당히 걸어나가 무엇인가를 이루고 마는, 그런 스토리 말이죠. 그는 그런 역에 굉장히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후로, 그는 악역과 선한 역을 가리지 않고 필모그래피를 확장해 나갔습니다. 그 중 제가 기억하는 것으로는 조나단 드미 감독의 [마지막 포옹(last embrace, 1979)], [마라톤 맨], [올 댓 재즈], [블루 썬더], [2010], [52 Pick Up], [코헨과 테이트] 등이 있군요. 하지만 그 이후에는 그의 필모그래피도 그다지 별 볼일 없었습니다. 나이가 60을 넘긴 뒤였으니까요. [코헨과 테이트]에서 코흘리게 아이에게 휘둘리는 연기를 한 뒤로, 정말 젊은 사람들에게 치이게 된 것일까요? [Sea Quest DSV]같은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주연을 하긴 했습니다만, 그 뒤로는 별로 기억날만한 영화에 출연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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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단한 연기파 배우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액션 스타도 아니었습니다. [올 댓 재즈]로 오스카에 노미네이션 된 경력도 있었습니다만, 그 뒤로는 오스카에서건 골든 글로브에서건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적이 없었죠. 그렇다고 그가 기술적으로 나쁜 배우였냐 하면 그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영화에서건 그는 자신의 몫을 충실하게 할 줄 아는 배우였죠. [마지막 포옹]에서는 알 수 없는 과거에 시달리는 남자 역을 멋지게 해 보였고 (폭포 앞에서의 마지막 장면은 지금도 눈 앞에 생생하군요) [올 댓 재즈]에서는 밥 포스의 페르소나 역을 멋지게 해 냈습니다. 신경쇠약직전에 이르러 부러지기 일보직전인 남자의 정신상태를 아주 잘 표현해 냈었죠. [블루 썬더]에서 보여준 액션도 괜찮았고, [2010]이나 [52 Pick Up]같은 영화에서의 연기도 좋았어요. 나이들어 출연한 [레인메이커]에서의 단역도 사실 좀 지나치게 멍청해보인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귀여웠죠.

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사람들은 이 사람을 '한 시대를 풍미한 영화에 출연했던,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영화배우' 정도로만 기억하겠구나, 하는 생각 말이죠. 2007년에 한 영화제에서 그에게 평생 공로상을 수여해 주지 않았더라면, 정말 많이 아쉬울 뻔 했어요.

저처럼 그에 대해 좋은 추억만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여기를 한 번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에 대한 제대로 된 Fan Site도 하나 없다는 게 좀 씁쓰레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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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병준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

  1. 저도 어렸을 때 <죠스>를 보았는데...무서워서 벌벌 떨면서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안타깝게도 저 배우는 기억이 안 납니다.ㅠㅠ
    그런 영화들이 있는 것 같아요. 영화 자체는 유명하고 흥행에 성공했지만
    배우들은 기억에 안 남는..ㅡㅡ;
    <쥬라기공원>도 그런 류인 것 같은데..
    아무튼 로이 샤이더 씨에 대한 포스팅을 보니 저도 뭔가 씁쓸해 지네요.

    2008.02.11 23: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