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13.11.07 09:59

뉴스를 멀리하고 코딩만 하면서 살다보니 삼성때문에 사람들이 시끌시끌한 줄도 몰랐습니다. 삼성 서비스센터 직원의 자살 사건으로 SNS가 시끌시끌한 요즘, 앞뒤 사정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나 궁금하신 분들은 이 글 http://ryueyes11.tistory.com/3012 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이런 소식도 들려옵니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8392  삼성의 관리 대상이 전방위였다는 소식. 비단 삼성의 일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러니까 아래쪽은 쥐어짜고 위쪽에는 상납하는 전근대적인 기업 운영이 '혁신'의 뒤안길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일일지 모른다는 겁니다. 


그 와중에 IT 세상에서는 이런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https://plus.google.com/106893907641718528236/posts/UZokQFCks2b 우리는 공약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내몰리는 세상에 살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이야깁니다. 정책적 입장에서 보는 IT 기술자들은, 왜란이나 호란이 빈번하던 시대에나 들었을 법 한 '양병'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의 대상자들입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을 마구 찍어내서 모든 걸 해결하고, 진정한 IT 혁신으로 가겠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이 기사들과 포스팅을 종합하면, 대한민국에서 IT 혁신은 '낮은 임금의 IT 노동자를 대량으로 투입해서 만들어 내는 어떤 것'입니다. 그러니까 더 빠른 스마트폰, 더 시원한 에어컨, 더 낮은 소비 전력과 더 밝은 화면의 TV를 보기 위해서는 여러분과 같은 IT 기술자들의 희생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업들의 생각이고, 이런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기업들은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에서의 '혁신'은 전적으로 TOP-DOWN 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죠. 앞서 언급한 기사들은 이런 추측에 대한 흉흉한 증거들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대한민국에서 벤처들의 성공률이 낮은 것, 그리고 벤처 창업에 실패한 사람들의 재기율이 낮은 것은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벤처가 성공할 확률이 낮고, 실패하면 재기할 확률도 떨어져야만 대기업은 우수한 인재들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은 언제나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직장이고, 따라서 더 '안전한 직장'으로 스스로를 포장하니까요. (물론 우수한 인재들이 임원이 되는 시점, 그러니까 자기 능력을 아낌없이 소진해버리고 엇비슷한 사람들과 무한 경쟁에 돌입하게 되는 시점이 되면 이야기는 좀 달라집니다.) 


그러니 대한민국에서 과연 BOTTOM-UP 혁신은 가능한 일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요즘 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는 '증거'들은, 그런 시도가 전적으로 '투쟁'에 가까운 일이 되고 말것이라는 의심과 걱정을 갖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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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병준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

Thoughts2011.09.16 15:18
애플식으로 이야기하자면, 네 그렇습니다. 혁신은 돈을 많이 쏟아 부어서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혁신은 마음가짐에 관한 것이고, 사람간의 관계에 관한 것이며, 태도에 관한 것이기도 합니다. 

"혁신은 얼마나 많은 돈을 기술개발(R&D)에 쏟아 붓느냐, 이것과는 거의 관계가 없습니다. 애플이 맥을 개발했을 때 IBM은 R&D에 애플보다 최소 100배 이상 많은 돈을 쏟아 붓고 있었습니다. 혁신은 돈과 관련된 것이 아닙니다. 혁신은 당신과 함께 하는 사람들과 관계가 있습니다. 당신이 그들을 어떻게 이끌고 당신이 그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혁신은 그것과 관련이 있습니다."(포춘, 1998년 11월9일)
 
위의 기사에서도 언급되었습니다만, 애플식 혁신은 R&D의 규모와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애플식 혁신은 잡스의 혁신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구요? 위의 밑줄친 부분을 보세요. 10년도 더 된 인터뷰입니다만, 애플식 혁신은 아직도 이런 식입니다. 리더의 능력에 크게 좌우되는 혁신 모델이 바로 애플이 취한 혁신 모델이라는 것이죠. 

이런 혁신 모델은 적어도 잡스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꽤 강력합니다. 잡스의 머리에, 쓸만한 개발자들이 잔뜩 모이면 쓸만한 물건이 나옵니다. 하지만 잡스가 죽고 난 다음에는? 투자자들이 애플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 바로 그 부분입니다. 애플에는 진정한 의미의 리서치 센터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록스의 팔로 알토 연구소(Xerox Parc: Palo Alto Research Center)같은 것이 없다는 소리죠. 이전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습니다만, 애플이 이루어낸 혁신의 상당수는 팔로 알토 연구소가 만들어 낸 창의력의 자산에 빚을 많이 지고 있습니다.

창의력의 자산이 없이는 혁신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간파한 많은 기업들은 R&D 연구센터를 만드는 데 꽤 많은 돈을 갖다 부었습니다만, 아시다시피 이런 식의 운영은 효율이 굉장히 떨어지죠. 잡스가 컴백한 이후, 애플은 손해보는 짓은 웬만하면 하지 않았습니다.



애플식 혁신은 아마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든든한 창의력의 자산, 필요하다면 남의 회사 연구소에도 거리낌없이 방문해서 그 자산을 빌려올 수 있는 풍토가 없었더라면 가능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 덕에 애플은 '창의력을 아웃소싱하고' 혁신을 시스템화 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죠. 그런데 잡스가 사라지면? 창의적 자산과 혁신 간의 연결고리를 찾는데 천재적이었던 리더가 사라지면 애플은 어떻게 될까요?

투자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과연 잡스가 사라진 뒤에도 '창의적 자산을 아웃소싱하는' 기업 풍토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일겁니다. 혁신적인 생각에 걸출했던 사람이 사라지면, 그 다음부터는 '창의적 자산의 규모 경제학'이 작동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창의적 자산이 더 많으면, 혁신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지는 확률론의 게임이 된다는 이야기죠. 그래서 구글이든 마이크로소프트던 IBM이던 R&D 센터에 천문학적인 돈을 갖다 붓는 거구요.

말씀드렸다시피, 애플은 그런 식으로 기업 운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기업 운영이 잡스의 사후에도 유효할 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애플은 지금이라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R&D 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좋습니다. 남의 회사를 기웃거려 얻을 수 있는 창의적 자산도, 잡스 사후에는 어떻게 될런지 알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애플의 성공사례를 모방하려는 국내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아웃소싱해도 될 만한' 창조성의 자산이 있는가? 있다면, 어떻게 아웃소싱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이런 질문은, 결국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당신은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있는가?' 될 수 있다면 애플식 혁신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역시 스티브 잡스가 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그러니 가능하다면, 창조성의 자산을 만드는 쪽에 투자를 하는 편이 낫겠죠. 그렇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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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병준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

  1. qwert

    좋은 글입니다....만
    애플이 쿠퍼티노에 짓는다는 신사옥을 잊으신 듯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겉모양만 번드르르한 걸로 알고 있지만
    이게 바로 잡스가 미래의 애플을 위해 남긴....리서치 센터...입니다...

    2011.09.18 21: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