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11.07.18 19:29
인터넷과 웹이 사람의 기억의 일부를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나온지 오래된, 그닥 새로울 것은 없는 이야기입니다. 사이언스 7월 15일자로 개재된 기사 "Searching for the Google Effect on People's Memory"에 따르면, 이제 사람들은 특정한 정보의 세부사항을 기억하는 대신, 그 세부사항을 찾아볼 수 있는 웹 사이트를 기억하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정보는 imdb.com, 저렴한 물건 정보는 danawa.com 뭐 이런 식이죠.

사실 이런 식의 기억 분산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보편화된 경향입니다. 백과사전을 뒤져 모르는 정보를 찾는 것은 그 한 예죠. 부부 간의 기억 분담 같은 것도 좋은 사례입니다. 공구 위치는 남편이, 양말 위치는 와이프가 더 잘 기억하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ㅎㅎ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기억 분산화가 전 지구적으로, 그리고 굉장히 일상적으로, 거의 모든 지식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종전과 다르다면 다른 점이 될 듯 싶군요.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은 재미있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피 실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에 대해서는 "여러분이 컴퓨터에 입력한 정보에 대한 기록은 나중에 열람 가능하도록 컴퓨터에 남겨진다"고 이야기했고, 다른 한 그룹에 대해서는 "컴퓨터가 해당 정보를 지워버릴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둘 중 어느 그룹이 자신이 컴퓨터에 입력한 정보를 더 잘 기억했을까요? 답은 후자입니다. 이 사람들의 두뇌는 마치 '곧 지워질' 정보에 대한 백업(backup) 장치처럼 동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로, 적어도 기억력에 있어서는 후자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우월한 결과를 보였죠. 즉, 컴퓨터의 도움을 받지 않는 사람들의 기억력이 상승했다는 겁니다.

그러니 단순하게 보자면 컴퓨터나 인터넷은 사람들의 기억력을 감퇴시키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맞을 것 같습니다만, 정말로 그럴까요? 




다행스러운 것은, 사람들의 IQ는 최근 계속 나아지고 있는 추세라는 겁니다. 이 추세를 일컬어, 플린 효과(Flynn Effect)라고 부릅니다. http://en.wikipedia.org/wiki/Flynn_effect

인터넷과 웹, 그리고 사회의 정보화가 '기억에 대한 필요성'과는 역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도 '플린 효과'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의 증가
2. 테스트 방식의 친근함
3. 지적 자극의 다양화
4. 영양학적 개선


어쨌든, 결론적으로 말할 수 있는 건 '인터넷이 득세한다고 사람들이 아주 바보가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죠. 인터넷에 내 기억 일부를 흩뿌린다고 해서 내가 기억할 다른 일들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니까요. 기억해야 할 대상이 달라졌을 뿐일지도 모르는 거죠.

그리고 사실 현대사회는 인터넷과 같은 기억 보조도구가 일상적으로 활용되지 않으면 더 이상 정상적으로 운용되기 힘들 정도로 거대해졌습니다.매일 매일 우리가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얼마나 복잡해져 왔는지를 살펴보면, 동감하실 수 있을 듯.

마찬가지 이야기를 프로그래머들에게 적용해 보면, 사실 나이드신 프로그래머들은 좀 젊은 프로그래머들이 Eclipse와 같은 편리한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좀 폄하(?)하는 경향이 있었죠. "우리 때는 전부 vi로 했었다구..." 이런 소리 아마 한두번은 들어 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역시 우리의 짐작대로, 도구의 발전이 인간의 지적 능력까지 소모시키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니, 우리는 좀 편하게 '도구 발전의 혜택'을 누려도 좋겠습니다.

소스 코드 관리와 같은 문제는 SVN이나 GIT에 맡겨두고, 남는 시간에는 보다 고차원적인 문제에 대해서 고민할, 그런 혜택 말이죠. 아니, 자유라고 해야 하려나요?



신고
Posted by 이병준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