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11.09.28 18:29
삼성과 인텔이 연합하여 Tizen이라는 (www.tizen.org) 새로운 운영체제를 support할 듯 하다. Linux Foundation에서 공식 지원하는 이 프로젝트는 리눅스 기반의 새로운 모바일 단말용 운영체제를 만들려는 시도이며, 사용자 SDK는 HTML5 기반이 될 듯 하다. 결국, 리눅스는 단말 탑재용 레이어로만 사용되고 사용자가 만들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멀티-플랫폼 서포트가 가능한 웹 응용 형태가 되리라는 것.

Tizen 어플리케이션이 HTML5 기반이라는 이야기로 미루어 짐작해 볼 때, 단말에 HTML5 기반의 브라우저 기반 엔진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따라서 최종 결과물은 구글 크롬 OS와 비슷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굳이 웹 기반으로 응용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걸 보니 백엔드로는 클라우드를 매우 강력하게 접착시킬 것이 예상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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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인텔이 손잡고 새로운 운영체제를 내놓는다는 소식으로 이미 트위터는 뜨겁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하는 나로서는 웬지 만감이 교차한다.

사실 구글/애플이 양분하고 있는 모바일 OS 시장에 삼성이 뛰어드는 것은, 그들이 짜 놓은 규칙대로 플레이하면서 그들을 이기기를 바라는, 낙관적인 전략이다. 거기다 Tizen의 전략은 분명 구글의 그것과 유사해보인다. 이런 전략의 결과물이 어떨지는 직접 봐야 알겠지만, 그들과 '비슷하게' 만들어서는 승산이 없다. 대다수 안드로이드 폰들의 운명이 그러한 것 처럼.

예전에 썼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골리앗들이 뛰노는 판에서 골리앗을 이야기해서는, 절대로 골리앗들이 정해놓은 규칙을 따라 플레이하면 안된다. 그런 규칙을 깨야 이길 수 있다.

애플은 MS 골리앗들이 뛰노는 전쟁터에서 승리하기 위해, 규칙을 깼다. OS 중심이 아니라 컨텐츠 중심 전략을 취했고, 골수 사용자들을 끌어들인 뒤 그들을 전부 '빠'로 만들었다. 그 뒤에는 디자인을 내세운 명품 전략이 있었고, 결국 그들의 전략은 아이폰 출시와 함께 티핑 포인트를 넘어 트렌드로 고착되었다.

지금 판세는 누가 뭘 더 잘 만드느냐에 좌우되지 않는다. 오히려 뭘로 더 사용자를 감동시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애플이 판세를 뒤엎을 거라는 예상은 WWDC에서 스티브잡스가 아이폰 시연으로 박수를 받을때 예견된 일이다. 그 쌈빡한 전화기에는 감동이 있었다. 손발가락을 전부 오그라들게 만드는 종류의 감동말이다.

절치부심 삼성은 겔럭시 S를 비롯한 고급형 안드로이드 단말을 내놓으면서 애플을 따라잡고자 했지만, 아쉽게도 겔럭시 시리즈에는 감동이 없었다. 겔럭시를 만지면서 손발이 오그라들정도로 감동한 사람을 나는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아이폰 등장 이전이라면 또 모를까. 

Tizen의 전략은 한 발 늦었을 뿐 아니라 고스란히 남 따라하기이다. 이런 전략으로는 그들과 싸워 이기기 곤란하다. 클라우드 중심적으로 단말을 가져가겠다는 것은 올바른 판단으로 보이고 OS를 독자 개발하겠다는 전략에서도 절치부심한 흔적을 엿볼 수 있으나, 사실 Tizen이 승리하려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비아냥거리며 그 승리 여부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긴 하지만) Tizen 단말은 여태껏 출시된 어떤 단말보다도 아름다워서 사람들의 구매 충동을 자극하지 않으면 안된다. 적어도 골리앗들이 노는 판에서는 그렇다. 남의 규칙대로 플레이하면서 그들을 이기는 방법은, 단 한가지 뿐이다. 그들 보다 더 잘 플레이하는 것.

그런데 전례를 봤을 때 우리의 플레이 기술이 선구자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우리의 플레이 기술은 낡았다. 우리에게는 워크맨과 같은, 판세를 단번에 뒤집을 감동적인 어떤 것이 없다. 남의 규칙을 학습하고 되풀이하기 바쁘기 때문에, 관객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히딩크는 우리에게 '기술이 안되면 풀 코트 프레스라도 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었다. 히딩크는 우리가 애초에 골리앗이었던 적이 없으며, 그나마 다윗이 될지도 의심스러운 underdog들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보다 더 우월한 체력을 내세워, 그들의 전술을 무력화시키기로 결정한다. 그 결과로 히딩크는 4강 신화를 일궈냈다. 2002년의 태극전사들은 사실 축구를 한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진정 성공적으로 해 낸 것은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상대의 당황을 이끌어 낸 것, 그리고 그 당황을 득점으로 연결시켜 낸 것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미국이 지배하는 이 모바일 단말 시장에서 어떻게 해야 승리할 수 있나?  

글쎄. 나도 잘은 모른다. 알고 있으면 이런 글이나 쓰고 있지 않겠지. 하지만 한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규칙을 따라 가면서 플레이해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것 뿐이다. 그 회사들과 우리를 정량적으로 비교해봐도 결론은 같다. 수치상으로도 그들이 골리앗이고 우리가 다윗이다. 적어도 모바일 OS와 단말 분야에서는.

우리는 그들의 그 규칙 안에서 플레이 할 것이 아니라, 규칙을 깰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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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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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