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11.08.18 09:06
한 청년을 알고 있습니다.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죠. 좀 좋아지나 했더니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그 사랑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 사랑 때문에 다시 우울증 증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어디 가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중이죠.

이 청년은 공부를 꽤 잘 합니다. 그래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대학에 다닙니다. 평범하게 생겼지만 키도 꽤 큰 편이고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편이라 외모도 처진다고 하긴 곤란하죠. 

그럼 대체 이 청년의 문제는 뭘까요?

공부를 잘 했으니 어렸을 때 부터 싫은 소리는 듣고 자란 적 없을 것 같은 이 청년은 대학교에 들어가자 마자 당황합니다. 주변에 널린게 잘난 사람들이기 때문에 뭘 어떻게 해도 특별히 관심을 받지 못합니다. 거기다 설상 가상으로 대학에서 배우는 공부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한 학기에 한 과목을 끝내야 하는 교육 과정도 익숙치 않습니다. 고딩때까지는 적어도 3년안에 그럭저럭 마치면 되었는데 말이죠. 이건 3개월 안에 그 방대한 양을 다 마쳐야 하니, 어떤 과목은 생각하면 암담하고 답답하기만 하고 손에 잡히질 않습니다. 기숙사에 처박혀 잠만 자고, 밖으로 나오지 않는 시간이 늘어갑니다. 

그래도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알아서, 주변 사람들의 도움덕에 의사 선생님과도 주기적으로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상담을 시작하고 약을 먹다 보니 꽤 좋아집니다. 기분이 좋아지니 만사 잘 될것 같습니다. 그렇게 좋은 기분으로 하루 하루를 지내다가 어떤 아가씨를 알게됩니다. 사랑에 빠집니다. 그런데 그 아가씨, 받아주질 않습니다. 결국 이 청년은 다시 절망에 빠집니다. 그리고는 어디가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말을 아무 생각없이 내뱉기 시작합니다. 

 


이 청년의 문제는 언제나 다른 사람의 눈으로 자신을 본다는 데 있습니다. 자기 주도적으로 자신을 보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 이 청년의 가장 큰 문제죠. 

사랑이 거부당했다고 주변사람들에게 극단적인 말들을 아무 생각없이 내뱉는 것은, '나같은 사람이 이런 식으로 세상으로부터 거부당하는 것은 부당해'라는 말과 그다지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세상이 나를 거부해'라는 유형의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세상도 내가 보는 대로 보이는 것' 뿐이라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세상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는, 대체적으로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인식론적으로도 그렇고, 실제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이런 태도가 바뀌기 전에는 올바른 사랑을 하게 될 기회도 없으리라는 점입니다.

올바른 사랑을 하려면, 먼저 자신이 그 사랑을 감당하고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래도 성공할까 말까하는 것이 사랑입니다. 그러니, 사랑이 자신을 거부한다고 투덜대기 전에, 먼저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능력은 자존감과 연결되어 있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기 사랑의 능력도 떨어집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보통 회복탄력성도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리기도 쇱고, 업무시 발생하는 장애에 대처하는 능력도 떨어집니다. 

나쁜 소식은, 이런 종류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본인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는 단계에 도달했다면 결국에는 나아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물며 주변에 같이 문제를 공감해주고 도와주려는 사람이 넘쳐남에랴.

그 청년의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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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병준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

  1.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 수백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언제나 다른 사람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이 말이 너무나 와닿네요.

    2011.08.21 09: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byungjoon.lee@gmail.com

      방문감사드립니다~ 가끔은 저도 그렇게 살지는 않는지 많이 반성합니다. ;;

      2011.08.21 21:36 신고 [ ADDR : EDIT/ DEL ]
  2. 잘 쓰여진 ^^

    2011.08.29 20: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Thoughts2009.05.23 14:28
최근에 굉장히 오랫동안 몸이 안좋았습니다. 부산에 차를 몰고 다녀온 이후로 안좋았으니 대략 보름 정도입니다. 체력 저하의 결과로 기분이 굉장히 우울해졌습니다. 우울증을 의심할 정도였으니 굉장히 우울했던 셈이죠.

우울함은 보통 다음과 같은 감정들과 함께 나타납니다.

  • 분노
  • 억측
  • 집착
  • 망상

보통 이런 상태는 집착 -> 억측 -> 망상 -> 분노 -> 우울의 단계를 거쳐 진화하고 순환합니다. 그리고 보통 이런 상태에서는 집착이나 억측의 대상이 되는 무언가에 자연스럽게 몰입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그런 몰입 대상이 없는 상태에서 우울함이 계속 반복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 때는 '나는 우울하다'는 생각 자체가 몰입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울함이 오래 지속되면 '우울하다는 생각'이나 '나를 우울하게 하는 무엇'에 대한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그러므로 본인 스스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상태이다'라고 느끼고 있더라도, 실제로 두되는 혼자서 무언가를 아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우울할 때 몸이 평소보다 훨씬 더 피곤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 그 때문일 것입니다. 부정적인 몰입은 감정의 상태를 해칠 뿐 아니라, 신체의 상태도 해칩니다.

이런 상태의 고리를 끊으려면 머리가 혼자서 열심히 하고 있는 부정적 몰입활동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부정적 몰입도 결국 고도의 정신 활동의 일종이므로, 그런 활동의 고리를 끊으려면 새로운 활동도 그만큼 고도의 정신 활동이어야 아마 효과가 좋을 것입니다.

이런 활동의 후보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글쓰기
  • 프로그래밍
  • 음악

본인이 이미 익숙해서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활동은 효과가 별로 없습니다. (가령 걷기 같은 것이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가능한한 창조적인 활동이 효과가 좋습니다. 음악도 그냥 '악기를 두드리기'만 해서는 효과가 없고, 그 악기로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일 때 효과가 좋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프로그래밍은 우울함의 고리를 끊는 데 꽤 효과가 좋습니다. (저도 효과를 봤습니다.)

일단 프로그래밍은 '아무리 익숙하더라도 계속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활동입니다. 무의식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래밍은 무언가를 만들고 결과를 확인해야만 하는 활동입니다. 다른 예술적 활동들에 비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만든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분명 창조성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창조'하려면 본인의 '주도적 생각'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단순 반복적인 활동이 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프로그래밍은 하루 종일 할 수 있는 활동이 아니므로, 퇴근 이후나 주말 같은 때는 다른 활동을 병행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있을 때는 대화를 많이 하는 것도 효과적인데, 특히 말을 많이 하면 좋습니다. 말을 적게 하고 듣기를 많이 할 경우에는, 듣는 동안 다른 생각이 끼어들어 원래 우울한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계속해서 관찰하고 통제하는 것은 굉장히 피곤한 일이므로, 밤에는 의외로 쉽게 잠들 수 있습니다. 우울함의 고리를 끊는 데는 숙면이 특히 중요한데, 잠을 많이 자지 않으면 체력이 떨어지므로 자신의 감정을 계속해서 관찰하고 통제할 수가 없습니다. 통제력을 상실하게 되면 음주나 흡연과 같은 다른 수단의 힘을 빌리게 되는 일이 잦아지는데, 그러다 보면 자기 모멸감이 심해져 오히려 역효과가 나게 됩니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 데 잠을 자려고 애쓰는 것 만큼 힘든 일도 없으므로, 그럴 때는 의사의 도움을 받아 수면 보조제 같은 것을 처방받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수면 보조제를 받아두었다는 사실을 의식하는 것 만으로도 쉽게 잠들 수 있는 때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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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병준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

  1. 저랑 비슷하시네요ㅋㅋ
    프로그래머들 다들 비슷한거 같아여
    글쓰기, 프로그래밍, 음악.
    ㅎㅎ
    좋은건지 나쁜건지 ㅎㅎ

    2009.06.14 23: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