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11.08.29 10:48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CEO직에서 은퇴했습니다. 애플의 주가는 하락했고, 그동안 애플의 눈치만 보던 변방의 IT 국가들은 (한국과 일본도 포함해서요) 이것이 새로운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한국의 IT 기업들은 애플이 득세하기 전 판도를 좌지우지하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적수가 된 적도 없고, 시스코나 주니퍼의 적수가 된 적도 없으며, 심지어는 구글의 적수가 된 적도 없습니다. 구글에게 인수합병되기 전의 고만고만한 회사들(가령 유튜브 같은)의 적수가 되었던 적도 없죠.

물론 한국의 가전제품들은 잘 나갑니다. 그것들은 응용제품들이고, 응용제품들은 꽤 잘 나가고 있습니다. 마치 예전 일본을 보는 것 같죠. 일본은 전자제품들을 꽤 잘 만들었고, 전자제품들에 들어가는 부품들도 꽤 잘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한국의 제품을 까 보면 일본 부품 일색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한국이 그렇습니다. 잘 나가는 전자제품들을 까 보면 한국의 부품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삼성의 칩과 메모리, LG의 디스플레이, ... 한국은 생각보다 잘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잘 하는 정도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 상태대로라면, 한국은 일본처럼 '쇠락한 IT 국가'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 때 잘 나가다가, 한 번도 1위가 되어보지는 못하고 주저 앉는 거죠.

최근에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니까 대체 '한국'과 '미국'은 무엇이 다르길래 한국에서는 애플과 같은 기업이 나오질 못하느냐고 탄식하는 분들이 제법 있더군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애플의 성공신화를 연구해서, 애플이라는 기업이 내놓고 있는 '창조적' 제품의 비밀을 알아내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애플만 연구하면 되는 걸까요?

뉴요커(The New Yourker)  2011년 5월 16일자에, CREATION MYTH - Xerox Parc, Apple, and the truth about innovation이라는 기사가 실렸었습니다.

The difference between direct and indirect manipulation—between three buttons and one button, three hundred dollars and fifteen dollars, and a roller ball supported by ball bearings and a free-rolling ball—is not trivial. It is the difference between something intended for experts, which is what Xerox PARC had in mind, and something that’s appropriate for a mass audience, which is what Apple had in mind. PARC was building a personal computer. Apple wanted to build a popular computer.

스티브 잡스는 마우스라는 기기의 아이디어를 제록스 연구소에서 첨 봅니다. 그 '초창기' 마우스의 버튼은 세 개였죠. 잡스는 세 버튼 마우스가 너무 사용하기 어려우니, 더 쉽게 만들어야 한다고 기술진을 밀어부칩니다. 덕분에, 우리가 아는 매킨토시의 원 버튼 마우스가 탄생합니다.

위의 기사에도 나오지만, 애플은 마우스를 창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애플은 개인용 컴퓨터를 창조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보다 인기있을만한 마우스, 보다 인기있을법한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민했을 뿐이죠. 그럼 생각해 봅시다. 과연 제록스에서 그 '마우스'라는 것을 보지 않았더라면, 매킨토시는 존재했을까요? 마우스를 사용해 조작하는데 최적화된, 그 유려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탄생할 수 있었을까요?

제록스가 만들어낸 초창기 마우스



자. 그렇다면 우리는 '창조성'이라는 것의 원천을 조금 다른데서 찾고 있었는지는 않았는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겠군요. 미국에서 '마우스'라는 것이 애초에 탄생할 수 있었던 원천은, 과연 무엇일까요? 사실 마우스라는 것은 제록스에서 처음 고안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더글러스 엥겔바트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고안했던 것이죠.

In the history of the mouse, Engelbart was the Soviet Union. He was the visionary, who saw the mouse before anyone else did. But visionaries are limited by their visions. “Engelbart’s self-defined mission was not to produce a product, or even a prototype; it was an open-ended search for knowledge,” Matthew Hiltzik writes, in “Dealers of Lightning” (1999), his wonderful history of Xerox PARC. “Consequently, no project in his lab ever seemed to come to an end.” Xerox PARC was the United States: it was a place where things got made. “Xerox created this perfect environment,” recalled Bob Metcalfe, who worked there through much of the nineteen-seventies, before leaving to found the networking company 3Com. “There wasn’t any hierarchy. We built out our own tools. When we needed to publish papers, we built a printer. When we needed to edit the papers, we built a computer. When we needed to connect computers, we figured out how to connect them. We had big budgets. Unlike many of our brethren, we didn’t have to teach. We could just research. It was heaven.”





기사에 따르면, 엥겔바트가 '비전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연구했을 뿐인 마우스를 비로소 제품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은 제록스 연구소를 지배하고 있던 미국적 분위기, 즉 '뭔가 만들어 내고 끝을 본다'는 분위기와 원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연구소 환경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사 뒷부분에서도 나오지만, 이런 분위기는 뭔가를 '상업화'(commercialize)하기에는 그다지 좋지가 않죠.



이런 분위기에서는 '팔릴만한 가격'으로 비용을 낮출 수도 없고, 시장의 요구에 맞게 좀 더 빨리 제품화하는 것도 어렵게 마련이죠. 그 역할을 담당한 것은, 제록스의 기술을 보고 '보다 시장의 요구에 맞게 재생산한' 애플이었습니다. 애플은 제록스가 창조한 마우스를 봤고, 그것으로부터 혁신적인 인터페이스를 팔릴만한 가격에 내 놨습니다.

그런데 제록스라고 항상 창조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레이저 복사기와 프린터의 창시자 스탁웨더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제품화하는 것이 제록스의 관료적 환경에서는 어렵다고 생각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인 팔로 알토 연구 센터로 전근시켜주지 않으면 IBM으로 가버리겠다고 부사장을 협박할 정도였으니까요. 결국, 마우스가 되었던 뭐가 되었던, 팔로 알토 연구센터에서 가능했습니다. 그의 선택은 옳았죠.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적으로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 모릅니다. 창조성이란 것은 대체적으로 '어떤 것이라도 시도해 볼 수 있는 열린 환경에서 가능하다.' 제록스가 잘 했던 것은, 제록스라는 기업 또한 금전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팔로 알토 연구 센터'라는 비교적 금전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연구 환경을 유지하고 이끌어 왔다는 데 있습니다. 그 덕에 우리가 지금 매일같이 사용하고 있는 마우스, 윈도우즈, 맥, 아이폰, 그리고 레이저 프린터 등등이 가능해 진 것이니까요.

Xerox’s managers didn’t always make the right decisions when they said no to Starkweather. But he got to PARC, didn’t he? And Xerox, to its great credit, had a PARC—a place where, a continent away from the top managers, an engineer could sit and dream, and get every purchase order approved, and fire a laser across the Foothill Expressway if he was so inclined. Yes, he had to pit his laser printer against lesser ideas in the contest. But he won the contest. And, the instant he did, Xerox cancelled the competing projects and gave him the green light.

혁신(revolution)은 보통 창조성의 부산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얻고자 하는 혁신은 창조성이 발현될 수 없는 환경에서는 달성될 수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실패가 아닙니다. 실패 없는 창조성이란 상상하기 어렵죠. 에디슨이 그랬던 것처럼요. 창조성은 천재가 손가락을 까딱하는 것 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닙니다. 창조성은 그 보다는 훨씬 미묘하죠. 그렇다면 우리가 얻고자 하는 혁신은 오히려 실패를 장려하는 환경에서 얻어지기 좀 더 쉬울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온당할 겁니다.

그럼 모두가 애플, 애플을 외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 가지를 물어봐야 하겠군요. 과연 우리는, 혁신을 위해 무엇을 해 온 걸까요? 그리고 우리에게는, 과연 애플같은 기업을 탄생시킬 창조성의 자산이 있는 걸까요? 애플을 따라잡자고 이야기하기 이전에, 그런 창조성의 자산부터 축적하는 것이 순서는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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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병준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

  1. ㅁㅁㅁ...

    오랜만에 보는 좋은 글입니다.
    문제는...
    정작 봐야할 인간들은 안본다는 거죠.

    이 좋은 글을 이 건희도, 구 본준도....안봐요.
    그러니...
    애플의 꽁무니나 따라다니면서 찌꺼기나 주워먹는거죠...

    2011.09.02 09: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