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08.04.03 14:05
저번에 "야후! 나누리"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오늘 또 잠깐 시간을 내어 들어가 봤습니다. 오늘은 하늘이라는 아이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이런 글을 읽을 때 마다, 우리나라가 사회적 안전장치가 얼마나 미흡한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세상이 이런데, 한쪽에서는 복지 예산이 줄어들었다던지, 의료보험이 민영화된다던지 하는 흉흉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만 낳아놓고 사내도 그렇고 여편네도 그렇고, 아주 내가 죽을 지경이여. 냉이도 캐고 약초도 캐서 업어 키웠지.”

충청북도 제천. 팔순이 가까워 오는 외조모 박희덕(가명, 78)씨의 한숨이 아직 서늘한 기운이 배어있는 봄 기운처럼 싸늘하다. 그 옆에 할머니가 거두어 키우는 하늘(가명, 10)이가 제 손을 연신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늘이는 유난히 책 읽기를 좋아해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있는 도서관에서 몇 시간이고 앉아 있는 때가 많다. 여느 아이들과 조금 다른 점이라면 눈동자가 양쪽으로 몰리는 사시증세가 있다는 것. 그리고 엄마, 아빠가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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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하늘이에게 부모가 없지는 않다. 박 할머니 말에 의하면 하늘이 아빠 김태수(가명, 45)씨는 철없이 동네를 휩쓸고 다니는 무리 중 한 명이었다. 아홉 살 위인 김정순(가명, 54)씨와 인연이 닿아 하늘이를 낳았지만 부모는 딸을 남겨두고 십 여 년 전 집을 떠났다.

박희덕 씨는 사위 김태수 씨를 두고 “온 동네 사람이 다 아는 주정뱅이”라며 집에 들르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는 현재 노숙자 생활 중이라고 한다. 가끔 잊을 만하면 한 번 씩 나타나 밤새도록 술주정을 하고 그나마 박희덕 씨가 약초나 나물을 캐 꼬불쳐 둔 돈까지 달라는 형편이다.

“지난 구정에 왔드랬지. 제사 술 다 먹고, 다리 아파서 담근 내 약술까지 다 털어 마시고 나서 며칠 만에 뒤도 안 돌아보고 사라져 버렸어. 내사 안 보는 게 편치. 돈 안 벌어다 줘도 사람 구실을 해야 하는데….”

하늘이 엄마 김정순 씨 또한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딸의 소식을 전혀 알 길이 없다. 얼마 전에는 몇 년 만에 얼굴을 비추더니 쌀 20kg 한 포대를 사다 주고, 간다는 인사도 없이 등을 돌리는 걸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손녀를 지켜내느라 괄괄하게, 억세게 먹었던 박희덕 씨의 마음도 딸의 뒷모습을 떠올리자 눈물을 참지 못한다.

하늘이는 할머니의 마음을 짐작한다. 또래보다 조숙한 하늘이는 저녁이면 할머니의 다리를 주무르고 커피를 타주는 따뜻한 아이다. 같이 살 수 없는 부모를 미워해 본 적도 없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건 어른이 되어서야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눈물을 번연히 보면서도 하늘이는 “엄마, 아빠가 조금 보고 싶지만 할머니가 없으면 못 살 것 같아요.”라며 고개를 푹 숙인다.

자식이나 부모 구실을 못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법적으로 부부인 상태라 엄연한 가족으로 기재돼 있다. 1남 4녀를 둔 박희덕 씨는 떨어져 사는 아들이 법정 보호자로 돼 있어 기초생활수급권자에서 탈락했다. 하나같이 누구를 도와 줄 형편은 못 되는 자식들인데도 말이다. 하늘이 역시 법정부모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으로 수급혜택에서 벗어났다. 두 달 전부터 박 할머니 앞으로 나오는 노인연금 8만 4천원이 고정 생활비다.

사실 이 블로그가 복지 관련 블로그는 아닙니다만, "다 같이 잘 사는 세상이 되는 것"은 어쩌면 애자일 방법론이 지향하는 목표이기도 하니까요. :-) 관심있으신 분들 께서는 하늘이에게 한 번 후원을 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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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병준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