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11.06.02 11:47
40세까지 끝내기로 작심했던 일들이 여러가지 있었습니다. 그 중에 하나로, 박사학위를 따는 것도 있었습니다. 어제, 그러니까 6월 1일이 종심이었습니다. 종심을 잘 끝냈습니다. 이제 논문을 학교에 제출만 하면 졸업식만 기다리면 됩니다. 2005년에 시작했는데 2011년 8월에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파트타임이어서, 라고는 하지만 정말 긴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40세입니다.

어제 심사위원을 맡아주신 여러분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종심을 끝내고 위원장님과 악수하는 순간에도 나오지 않던 눈물이, 술이 한잔 들어가니까 나오더군요. 뭐 그렇다고 다 큰 어른이 넋놓고 울지는 않았습니다. 이제는 술을 마셔도 어지간해서는 약한 모습 보이기 싫은가 봅니다.

술이 한 순배 돈 후, 위원장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학위는 자격증일 뿐이다. 그것도 미리 주는 자격증이다. 진짜 박사는 자격증을 받고 나서도 오랜 시간 단련을 거쳐 완성된다. 네가 받은 학위는 그 단련을 거칠만한 체력이 되었다는 증명서일 뿐이다. 지금의 이 즐거운 기분을 잊지 말고 열심히 해라.

지도교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동안 정말 수고했다. 오늘부터는 긴장 풀어도 좋겠다.

그래서 긴장 풀고 술을 꼭지가 돌도록 마셨습니다. 술을 깨고 나면 술을 마셨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는 묘한 성격의 저입니다만, 그리고 심사위원님들과 함께 한 조금은 어려운 자리였습니다만, 긴장 풀어도 좋은 날이라는 그 한마디에 확실히 긴장을 풀고 맘껏 마셨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정말로 어제 술을 마셨다는 사실을 부끄러워 하고 있습니다. 사실, 부끄러워 할 일은 그것 뿐이 아닙니다. 이런 논문으로 졸업을 하게되었다는 사실도 부끄럽고, 졸업을 하는 순간에도 세상에 내세울만한 업적이 하나 없다는 사실이 부끄럽습니다. 아마 심사위원장님께서

'이박사'

라고 불러주시는 순간, 그러니까 7년을 꿈꿔왔던 그 순간이 찾아왔어도 눈물이 흐를 정도의 감격이 없었던 것은, 아마 그래서 였을 것입니다. 지금 제 기분은 그저 얼떨떨할 뿐입니다. 정말로 이박사가 된 것인지, 제가 된 박사가 혹시 신바람 이박사는 아닌지, 볼을 꼬집어 봐도 그저 아플 뿐 이게 현실이라는 감각이 없습니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한 영화중에 "The Candidate"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주인공 맥케이는 선거 과정을 거치면서 갖은 정치 공세로 만신창이가 됩니다. 정치라는 것에 대해 회의할 틈도 없이 달려온 그는 선거 당일, 호텔 방에서 결과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낭보가 날아듭니다.

'승리'

선거에서 이겼다는 소식을 듣고도 그는 기뻐하지 않습니다. 대신, 동료에게 묻습니다.

- 마빈. 이제는 뭘 해야하지?

그리고 아무도 그에게 답을 해 주지 않은 채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인생이 대체로 그러하듯, 답은 스스로 찾아야합니다. 심사위원장님께서 던지신 말씀은 답이 아니라 마음가짐에 대한 화두였고, 저는 그 화두를 앞에 놓고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되었습니다. 저는 만신창이 상태도 아닐 뿐더러, 아직은 체력도 좋습니다. 답을 찾기에 너무 늦은 나이도 아니구요.

하지만 지금은 그저 세월에 떠밀려온 파도처럼 해답이 제 옆으로 찾아왔을 때, 그걸 알아볼 수 있는 지혜가 제게 충만해 있기를 기도할 뿐.

기회를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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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병준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

  1. 정말정말 축하합니다! 언젠가 웃으면서 지금을 추억하시겠지요~ 축하합니다.

    2011.06.02 21: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학위 받으시게 된 거 축하드립니다.
    제 졸업식 때 총장님께서 '지적 호흡을 계속 하라'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지금은 그 총장님은 안계시고, 저도 박사를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주변에서 배우고 가진 것과 새로움을 잘 안고 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2011.06.03 00: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안녕하세요! 축하드립니다.

    저는 블로그 눈팅만 했는데 , 자주 댓글 남길께요 ^^

    2011.06.11 10: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축하드립니다 :)

    2011.06.25 10: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KFC

    축하합니다. 저는 올해 가을에 심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But....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2011.06.26 19: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비밀댓글입니다

    2014.09.16 16:42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