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ly Agile/General2008.08.31 00:47
저는 남들이 뭘 질렀더라 하는 소리에 별로 영향을 안받는 부류의 인간입니다. 신제품에 필이 꽂혀본 적이 별로 없다는 뜻도 되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도 충동적으로 지르는 물건이 한 종류 있습니다.

바로 카메라죠. -_-

하지만 카메라를 구매할때도, 엔간하면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편입니다. 물론, 사진같이 돈이 많이 들어가는 취미생활을 하는 것 부터가 '비이성적'인 것 아니냐, 라고 하실 분도 계실 줄 압니다. 하지만 한가지는 유념하도록 합시다. 재정적으로 다소간 비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해서, 꼭 그게 비이성적인건 아닙니다. 재정적 합리성이 이성적이냐 아니냐를 가름하는 척도는 아니니까요.

각설하고, 저는 사진기를 살때도 '신제품이 나오면 바로 지르'지는 못합니다. 소심해서 그런걸까요? 머리 털나고 신제품을 지른 적이 딱 한번 있는데, 바로 istDs를 살때였습니다. (나중에 굉장히 후회했습니다. 이유는 복잡해서 말씀드리기 좀 곤란합니다.) 그 때 이전과 이후로는 단 한번도, '신제품을 지른'적은 없습니다.

사실 DSLR은 가전제품과 여러가지로 비슷합니다. 가전제품은 신제품이 나오면 그 가치를 '급격하게' 상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제품에 '언제나 바라던 바로 그 기능'이 '더 강하게' 그리고 '더 많이' 탑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거기다 요즘 가전 제품들은 신제품이라고 해서 구형 제품보다 엄청나게 비싼 건 아니기 때문에, 구형 제품은 가격하락->단종->중고가격하락의 수순을 아주 빠르게 거치게 됩니다. 요즘은 DSLR이 딱 그 꼴입니다.

요즘 DSLR의 경우, 새 카메라는 예전 카메라보다 '더 나은 화질'을 보장합니다. 필름 카메라 시절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어떤 카메라던, '필름'을 써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같았으니까요.) 물론 새 카메라를 쓰면 '더 나은 품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이 좀 높아지긴 했습니다.. (AF 정밀도가 상승한다던가 하는 이유로 말입니다.) 하지만 DLSR 시장에서 '더 나은 화질'은 소비자의 마음을 흔드는 결정적인 요소입니다. 새로 시장에 출시되는 카메라들은 '더 적은 노이즈', '더 높은 감도', '더 많은 화소수' 등을 무기로 내세우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결국, '화질'이 '선형 기능'이 된 셈이고, 그 선형 기능들을 앞세워 DSLR 시장이 커진 셈입니다.

그런데 DSLR이 이런 식으로 가전제품화되자, 저같은 사람들은 좀 유리해졌습니다. 한 삼사년 묵은 중고 카메라를 느긋하게 기다렸다가 사면 거의 1/4가격에 살수 있거든요. '국전에 나갈것도 아닌데 최신 카메라는 좀...' 뭐 이런 생각인겁니다. 물론, 안좋은 점도 있습니다. 카메라를 3~4년 뒤에 산다고해서 새로 나온 카메라에 대한 정보들까지 끊고 사는 것은 아니거든요. 결국 눈높이가 높아지게 되는데, 그럼 설사 저렴한 가격에 카메라를 구매하더라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화질 때문에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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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팔아버리고 허전함에 견디다 못해 D70s를 25만원이라는 헐값에 업어왔습니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ㅎㅎ) 이 카메라는 여러모로 제가 전에 쓰던 카메라보다 '기계적으로' 좋습니다. 1/8000의 셔터스피드를 지원하고, 펜탁스 유저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스피드와 정확도로' AF를 잡습니다. -_- 하지만 화질로 보면? 글쎄요. ISO 400에서의 노이즈는 펜탁스보다 화끈하고 -_-; 화벨은 지랄맞습니다.

선형 기능이 선형 기능으로써 한 몫을 제대로 하려면, 한물간 중고품이 해당 제품의 대체제로 기능하기 어려워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현재의 DSLR 시장에서의 선형 기능은 분명 화질입니다. 2~4년전의 저렴한 중고품을 사용해서는 화질 측면에서 지금과 같은 만족을 얻을 수는 없거든요.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까요? 그건 알수가 없습니다.

시장이 Full Frame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만, 많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 천만화소 이상의 Full Frame 사진은 사실 부담입니다. 그정도 되면, 사진을 보관하고 백업하는 것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하죠. 많이 찍어대는 사람이라면 500G 하드로도 부족할지도 모릅니다. ㅋㅋ

거기다 이미지 처리 방식이 어느 수준 이상에 도달하면,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투자해 새 제품을 사봐야 그만큼 좋은 화질의 사진을 얻을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게 될수도 있습니다. (그런 시점이 생각보다 빨리 올것 같기도 합니다.) 그때쯤 되면, 지금의 DSLR 중고 시장은 다시 필름 카메라 시장처럼 되겠죠. '오래된 명기'가 대접을 받고, 제품이 단종되더라도 가격이 지금처럼 빨리 떨어지지는 않는, 그런 시장 말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올림푸스를 필두로 한 많은 카메라 메이커들이 '선형 기능' 대신 '감동 기능'을 팔아먹기 위해 그토록 매진하는지도 모릅니다. 이번에 니콘에서 D90을 내놓으면서 DSLR로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을 밀어부치고 있더군요. 거기다 가격은? 80만원대랍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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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글을 맺으면 돌맞을것 같으니까 이번에 갑사에서 D70s로 찍은 사진 몇장 올려놓도록 하죠. ^^;
가로사진은 누르면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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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병준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

Extremely Agile/General2008.08.07 10:08
제품을 개발할 때, 그 제품에 탑재될 기능을 흔히 필수 기능(mandatory features), 선형 기능(linear features), 감동 기능(delighter) 등으로 구분하곤 합니다.

필수 기능은 제품에 반드시 탑재되어야 할 기능, 즉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려면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기능이고,  선형 기능은 많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고객의 만족도가 늘어나는 기능입니다. 감동 기능은 고객이 기대하지는 않는 기능입니다만, 일단 그런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면 감탄해 마지 않을만한 기능, 기꺼이 그 기능을 위해 지갑을 열만한 기능을 일컫습니다.

최근에 모니터/키보드/마우스 공유기가 필요해서 어떤 제품들이 있는지 인터넷을 뒤져서 좀 살펴봤었습니다. 과거에는 PS2 방식의 공유기가 대세였습니다만, 요즘은 USB 키보드와 마우스가 많아지는 만큼, USB 공유기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필수 기능이 PS2에서 USB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공유기에서 선형 기능은 아마도 공유할 수 있는 모니터/키보드/마우스의 개수일 것입니다. 공유 포트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고객의 만족도는 증가합니다. 물론 그에 비례해서 가격도 증가하기 때문에 고객의 만족도가 이 경우에는 반드시 선형적으로 상승한다고 보기는 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죠. 고객의 만족도가 증가하면 고객은 그 기능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고 돈을 지불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제품을 개발할 때 선형 기능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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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만족 기능들로는 어떤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벨킨이라는 업체에서 내놓은 공유기 중 한 모델은 제품을 세워서 놓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공간을 덜 잡아먹습니다) 다른 제품들보다 미려한 외관을 자랑합니다. (최근에는 디자인 적인 요소가 감동 요인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거기다 이 제품은 여벌의 USB 포트를 제공해, 컴퓨터간에 공통의 USB 장비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제공합니다. USB프린터, USB 메모리 등이 이런 범주에 들 수 있겠죠. 잘만 써먹으면 USB 메모리를 통해 WIndows와 Linux간에 데이터를 아주 손쉽게 공유할수도 있습니다. ㅋㅋ

그런데 이것 말고 다른 감동 요인은 없는 걸까요?

제 책상에는 두 대의 모니터가 있습니다. 한 모니터는 Windows 머신에 연결되어 있고, 다른 한 모니터는 Linux 머신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두 모니터를 동시에 봐야 하기 때문에, 공유기로 연결하더라도 모니터는 연결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직 키보드와 마우스만을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Synergy라는 소프트웨어를 깔아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공유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더군요. 제 컴퓨터들에서는 어쩐 일인지 이 프로그램이 너무 느리게 돌아가는 겁니다. ㅋㅋ Synergy의 가장 큰 장점은, 키보드와 마우스가 두 개의 컴퓨터 사이에 Seamless하게 연동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마우스가 윈도우 화면의 가장자리로 이동하면 그 포인터가 자동적으로 Linux 쪽 화면으로 이동하고, 키보드 제어도 자동적으로 그쪽으로 넘어갑니다. 너무 편하죠.

하지만 일반적인 공유기를 사용하면 이런 장점을 누릴 수 없습니다. 모니터를 공유기로 연결하지 않으면 두 화면을 동시에 볼수는 있을텐데, 키보드나 마우스 제어를 다른 컴퓨터로 옮기려면 단축키를 누르거나 공유기의 버튼을 눌러줘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Synergy가 가지고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공유기가 있다면, 그것이 감동 요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별도의 프로그램을 깔아야 할 수도 있겠고 공유기의 가격도 올라갈 수 있겠습니다만, 두 모니터로 보는 화면이 마치 한 화면처럼 통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운영체제가 다르고 시스템도 다름에도 불구하고!) 아주 좋은 공유기가 될 수도 있을텐데 말이죠. 저는 아직 이런 제품을 못 찾았습니다. 직접 만들어볼까도 생각해봤는데, 아시다시피 제가 HW쪽으로는 아는게 없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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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병준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