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11.03.04 14:14

좋은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비결에 대해서 최근에 곰곰이 생각을 할 기회가 많았는데요. 아마 프리젠테이션을 할 기회가 많이 주어져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좋은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비결'에 대해서 말하려면, 먼저 '프리젠테이션'이란 어떤 행위인지부터 짚어보고 넘어가야 할 것 같군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프리젠테이션은 어떤 식으로든 청중을 이해시키거나 설득하기 위해 진행하는 모든 형태의 발표행위입니다. 보통은 프리젠테이션이라고 하면 파워포인트(혹은 키노트) 슬라이드를 띄워 놓고 진행하는 발표절차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닙니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대략 다음의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청중에 대한 이해
2. 설득력 있는 발표 흐름
3. 소통

아무도 듣지 않는 프리젠테이션은 프리젠테이션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발표를 들을 청중입니다. 청중을 설득하는 것이 프리젠테이션의 목적이라면, 청중을 이해하는 것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바탕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당신의 발표를 듣습니까? 연령대는 어떻습니까? 관심사는? 무슨 목적으로 당신의 발표를 듣습니까?

이런 질문들에 어떤 답을 내릴 수 있느냐에 따라 발표의 수준이 달라지고, 발표 자료의 분량이 달라지고, 발표 소요 시간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프리젠테이션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요소들이 '청중'이 누구냐에 따라서 달라지게 됩니다.

청중을 이해했다면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요)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설득력 있는 이야기 흐름입니다. 청중은 당신이 띄워놓은 슬라이드를 샅샅이 훑어보고 읽을 마음의 여유도 없고, 그럴 시간도 없습니다. 영화를 보기 위해 120분 이상을 아낌없이 쓰기도 하는 사람들이 때로 그렇게 프리젠테이션에는 인색합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발표는 어떨 때는 영화같을 필요가 있습니다. 기승전결이 명확하고, 그 흐름에 몸을 맡기기만 하면 저절로 그 발표의 '개연성'을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해'가 아니라 '공감'임에 유념합시다. 어차피 십분에서 한시간 사이의 발표로는 여러분이 공들여 만든 기술의 이면을 100% 완벽하게 이해시킬 수 없습니다. 설사 그것이 기술이 아니라 다른 무엇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죠. 그러니 우리가 한 일이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한 일이'라는 사실을 '타당성 있게' 공감시킬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영화를 예로 들었습니다만,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주인공들에 대한 감정 이입입니다. 그래서 영화는 때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갖습니다. 발표를 듣는 사람이, 여러분들이 그 발표를 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고, 어떤 기분으로 그 발표를 진행하고 있는지까지 온전히 공감하도록 만들 수는 없습니다만, 적어도 여러분이 생각하는 '타당성'을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기는 해야 합니다. 그래서 발표의 줄거리는 때로 영화 시나리오 같아야 합니다.

여기까지는 '발표 슬라이드'를 공들여 만들면 어느 정도는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통'에 이르면 이제 우리는 좀 다른 차원의 '발표의 기술'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듣는 사람이 짜증내지 않고 들을 수 있는 발표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요? 어느 정도로 질문을 던지면 청중들이 당황하지 않고 발표를 들을까요? 농담은 어느 정도로 던져야 청중의 긴장을 적절한 수준에서 완화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손짓이나 몸짓, 표정은 어느 정도로 노골적이어야 할까요? 발표를 진행하면서, 여러분은 과연 어디를 쳐다보아야 할까요?

이런 '소통의 기술'을 올바르게 체득하고 실행에 옮기려면 연습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오늘은 그냥 '청중'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다고 하고, '설득력 있는 발표 흐름'을 준비하는 방법에 대해서만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발표 준비를 하면서 슬라이드의 형식적인 부분, 그러니까 '디자인'에 불필요한 시간을 많이 쓰는 것을 봅니다.

아직 슬라이드를 만들지 않았다면, 우선 줄거리 부터 써 봅시다. 그런 다음에 그 줄거리를 슬라이드로 옮기세요. 각각의 슬라이드가 보여줄 내용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 내용이 다음 슬라이드와 어떤 관련성을 갖는지를 생각합시다. 이 작업은 영화 시나리오나 소설의 골격을 잡는 작업과 비슷해서, 이 작업을 통해 여러분 발표의 '설득력'이 정해지게 됩니다. 줄거리가 탄탄하지 않으면, 청중을 빨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 줄거리가 맘에 드시나요? 몇 번이고 훑어봅시다. 그리고 각각의 슬라이드가 가장 핵심적으로 내세워야 할 내용들을 슬라이드에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합시다. 이 단계까지는 어떤 형태의 디자인 작업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다음, 여러분이 만든 슬라이드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줍시다. 가급적 '청중'과 관련성이 높은 사람, 혹은 '청중'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면 좋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피드백을 어느 정도 받고 슬라이드 줄거리에 대해서는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아도 좋겠다 싶을 때, 슬라이드의 디자인을 완성하도록 합시다. 예쁜 슬라이드를 만드는 것도 꽤 중요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절대로, 절대로 슬라이드의 '디자인 마스터'부터 건드리지는 마세요. 그건 언제나 '맨 마지막'에 하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왜 그렇냐고요?

'때로 슬라이드의 디자인은 내용에 따라 결정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너무 이른 디자인 작업은 시간낭비'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자. 여러분이 다음 주에 예정되어 있는 중요한 발표를 진행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먼저 팀장 앞에서 사전 발표를 해야 하고, 그 다음에 부장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합니다. 팀장님에게 보이는 발표를 잘 해보려고 굉장히 예쁘게 슬라이드를 만듭니다. 그리고 첫 발표를 합니다. 팀장님이 '발표 줄거리에 문제가 있으니 이런 저런 슬라이드는 빼고 슬라이드 순서는 바꾸고 용어는 다시 정리해서 쉬운 말로 풀어 쓰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해 봅시다. 그리고 이 지시가 그때까지 공들여 해 왔던 슬라이드의 디자인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해 봅시다.

결국, 디자인에 썼던 시간은 그대로 시간낭비가 되고 맙니다.

팀장님께 보여드릴 슬라이드를 어떻게 예쁘게 만들지 않을 수 있느냐구요? 글쎄요. 내용이 허름하다고 지적받는 것 보다 슬라이드 디자인이 형편없다는 지적을 받는 것이 더 낫지 않나요?

결국 여러분은 발표자지 디자이너는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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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병준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

  1. 멋진 글, 북마킹 하고 갑니다.

    2011.03.07 23: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ㅇㅇ

    하나 배우고 갑니다 꾸벅

    2011.03.13 01: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