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11.08.24 15:38
이전 글에도 적었지만, 미래 단말기에 대한 경쟁은 이미 치열하다. 구글의 크롬북, 아이폰, 아이패드, 그리고 허다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를 비롯하여 모토롤라의 아트릭스까지. 

그러나 이런 단말들은 대개 비슷하다. 운영체제가 있고, 앱들이 올라간다. 그리고 사용자는 그 앱들을 통하여 단말기의 기능을 확장해 나간다. 비슷비슷한 컨셉이다. 당분간은 달라질 것으로 볼 수 없다. 크롬북 사용자나 아이폰 사용자나 안드로이드 단말 사용자나, 그들에게 핵심은 앱이다. 앱이 없으면 무용지물인 단말들이다.

사람들이 요즘 '소프트웨어가 중요해'라고 부르짖는 것은, 첫번째로 그 앱들이 소프트웨어라서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그 앱들을 호스팅하는 운영체제가 소프트웨어라서다. 이미 사람들은 이런 형태의 소프트웨어에 익숙해져있다. 웹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소프트웨어에도 사람들은 이미 익숙하다. 

신기한 것은, 개별적으로 움직이던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진영과 단말 소프트웨어 진영이 하나로 통합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의 크롬북은 클라우드 소프트웨어가 단말에 통합된 한 전범을 보여준다. 크롬북에는 하드디스크가 존재할 필요가 없다. 실행중인 소프트웨어의 데이터를 호스팅하고 캐싱할 메모리만이 필요할 뿐이다. 말 그래도, 하드디스크는 '네트워크 저 너머'에 있다. 그리고, 단말 운영체제는 점차 크롬북을 닮아가고 있다. 

iOS가 버전 5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과연 사용자를 단말을 통해 어떻게 클라우드에 녹여낼 것인가 하는 는 고민에 맞닿아 있다. 클라우드는 이미 현상이 아니라 인프라에 가까운 수준에 도달해 있다. 아무것도 클라우드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 

애플의 접근법

애플은 앱과 앱 데이터, 혹은 앱이라는 데이터를 별개의 플랫폼에 놓고 사고한다. 앱은 단말에서 돌아가고, 앱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저장된다. 내가 구매한 앱 이미지도 클라우드에 저장된다. 모든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올라가지만, 앱은 단말에 있어야 한다. 단말 중심적 사고방식이다. 프라이머리(primary)는 단말에 있고, 클라우드는 백업일 뿐이다. 



구글의 접근법

구글은 크롬북을 내놓으면서, '모든 앱도 인터넷 저 너머에' 전략을 취했다. (물론 안드로이드는 아니다) 크롬 브라우저를 통해 애플리케이션을 구매해 써 보면 알겠지만, 브라우저에 설치된 앱 내역은 자동으로 구글 계정에 저장되며, 어디에서건 브라우저를 띄우면 구글 계정을 통해 내가 구매한 앱에 접근할 수 있다. 구글은 묻는다. 왜 단말에 저장되는 앱이 프라이머리(primary)가 되어야 하는가. 구글 입장에서는 클라우드에서 실행되는 소프트웨어가 주고, 단말은 그저 일시적인 캐싱 장치일 뿐이다. (물론 안드로이드는 아니다) 그 핵심에는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JavaScript 기술과, HTML5 기술이 있다. 3D 렌더링 조차도 브라우저를 통해 실현될 수 있음이 증명되면서, 브라우저 자체가 단말이 되고 있다. 크롬을 쓰는 순간, 사실 모두는 크롬북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들고 다닐 수 있는 노트북이 없을 뿐이다. (사실 그게 크롬의 무서운 점이다) 

http://blatherskiteblog.com/2011/06/22/google-chromebook-review/



미래 단말 소프트웨어가 가져야 할 요건

미래 단말을 원한다면, 그것도 국내 업체가 미래 단말의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를 아우르는 무엇인가를 원한다면, 이제 몇 가지 문제를 해결 해야 한다.

첫번째는 대체 클라우드는 어떻게 할 것이냐다. 구글은 클라우드부터 시작해서 단말까지를 가졌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웨어 같은 업체가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심지어 애플까지고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정도의 잠재력을 가졌다. 우리에게는 그럴 능력이 있는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후보는 NHN이다. NHN은 네이버 포탈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NHN의 기술자들은 Cubrid, Coord 등등 클라우드 소프트웨어의 핵심이 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을 시험해왔다. 미래 단말 소프트웨어를 만들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이런 업체와 협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클라우드 부분은 해결하기 힘들다. 아니면 독자적으로 클라우드 부분을 해결하던가.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쉬울까.

두 번째는 단말 소프트웨어는 어떻게 할 것이냐다. 단말 소프트웨어는 단말 관리 부터 시작해서 앱 구동, 앱 관리 등등 해결해야 할 것이 많다. 구글처럼 브라우저 기반으로 갈 거라면 zum.com 의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 zum.com은 애초부터 앱 기반으로 태어난 포탈이다. 애플처럼 별도의 단말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갈거라면 바다와 같이 오랜 기간 동안 개발되어 온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선하는 것의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 물론, 둘 중 어느쪽으로 가던지 간에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브라우저 기반으로 갈거면 대체 무슨 브라우저를 단말에 넣을 것인가? 바다와 같이 유럽 피처폰 시장 외에는 커버리지가 별로 없는 운영체제 기반으로 갈거면, 대체 어디를 어떻게 뜯어 고쳐야 하는가?

세 번째는 미래 단말에 대한 우리의 비전은 과연 무엇이냐다. 모두가 클라우드를 이야기하고 모두가 클라우드 단말을 이야기하지만, 과연 우리만의 비전은 무엇인가? iOS와 안드로이드, 크롬으로 나뉘어진 미래 단말 소프트웨어 진영에 끼어들어서 천하를 나누어가지려면, 사용자를 끌어들을 감동 요인이 없으면 어럽다. 우리는 어떤 비전으로 사용자에게 감동을 제공할 것인가?

네 번째는 미래 네트워크에 대한 고민이다. 미래 단말이 야기할 엄청난 클라우드 트래픽을 과연 우리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우리의 네트워크 인프라는, 과연 미래 단말을 감내하기에 충분한가?


그렇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해 관계에 있는 모든 국내 플레이어들이 한 자리에 모여야 한다. (위기는 위기니까.) 그렇게 따져 보면, 지금 정부가 추진하면서 잔뜩 욕을 먹고 있는 바로 그 컨소시움은 "꼭 그렇게 욕먹을 만한 일"은 아니다. 사실 미래 단말 전쟁은 지금 국내 사정으로는 한 업체가 덤벼들어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다. 가능한 모든 업체가 발을 담그고 준비해도 승리할 수 있을까 말까 한 전쟁이다.

정부가 또 머 한다고 하니까 벌떼같이 일어나서 근시안적인 정책이라고 욕하기 바쁜데, 이전에 해먹은 게 있으니까 욕 먹는게 싸다고는 하지만, 이번같은 경우에는 사실 타이밍이 적절하다. 국내 업체는 앞으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일익을 담당할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자신만의 욕망을 채우기에 앞서 다른 업체와 협력을 해야 한다. 적어도 미래 단말 전쟁에 임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지금 국내 소프트웨어 역량은, 심히 조각나 있으니 말이다. 삼성부터 KT까지, 전방위적으로 힘을 합하지 않으면,

적어도 미래 IT 소프트웨어의 주도권은 남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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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병준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

  1. 재밌게 보고 갑니다.

    2011.08.25 01: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