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11.02.15 13:40
요즘 무상급식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쟁이 뜨겁더군요. 무상급식이냐 아니냐는 어떻게 보면 복지냐 성장이냐라는 논쟁과 궤를 같이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복지를 먼저 제공할 것이냐, 아니면 성장을 우선시 한 다음, 성장한 경재의 혜택을 많은 사람들이 나누게 할 것이냐.

어떻게 보면 닭이냐 달걀이냐를 두고 싸우는 것 같기도 합니다.

대체로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입장은 "왜 형편 되는 사람까지 무상급식을 받아야 하느냐" "그렇게 하면 학교 시설 개보수 등 각종 비용은 어디서 조달할 것이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우선 "형편 되는 사람까지 왜 무상급식을 받아야 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부터 살펴봅시다. 유시민씨가 이 질문에 대해 나름대로 답을 내 놓으셨던데, 이렇게 답하셨더군요. "세금을 냈으니 받아도 된다." 네. 저도 그 입장에 공감합니다.

'정의'의 문제는 '공정'의 문제에 닿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편 되는 사람도 급식을 받는 건 형편 어려운 사람의 입장을 두고 봤을 때 공정한가요? 형편 어려운 사람만 급식을 받는 건 형편 되는 사람에게 공정한 일인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기 위해서는 세금 문제로 조금 돌아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유시민씨가 세금을 이야기했으니, 형편 되는 사람이 세금을 내는 것, 더 나아가서는 형편 되는 사람들이 형편 안되는 사람에 비해 좀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이 과연 합당하냐 합당하지 않느냐라는 문제를 이야기해야 될 것 같거든요.

소위 '형편 되는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돈을 벌었는데 왜 국가가 과도한 세금을 메기는 것인가? 부당하지 않은가?"

일견 보면 부당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내가 이룬 노력의 성과'는 국가라는 틀 안에서 100% 개인의 온전한 노력으로 거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요즘 많이들 보시는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저자는 '개인이 이룬 어떤 성취도 환경이라는 틀 밖에서 사고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아웃라이어라는 책의 진정한 교훈은 10000시간의 법칙이 아니라 바로 이 '환경의 법칙'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성공한 IT CEO들의 출생년도가 55년 전후로 대략 비슷하다는 점, 미국에 이주한 여러 민족들 가운데 유대인들이 특별히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 기업에 대한 공격적 매수/합병을 거의 전담하다시피하게 되었던 변호사들이 '기회'라는 환경적 요인을 특별히 인지하지 못했음에도 10,000시간의 수련을 쌓고 결국 성공할 수 있었던 사례 등을 살펴보면 우리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즉, '내가 이룬 노력의 성과는 내가 있는 환경의 틀을 벗어나서는 올바르게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국가가 '내 노력의 성과'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것은 정당한가요? 네. 나름 정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가는 어떤 민족이 걸어온 이력의 결과물이고, 그 국가의 토대는 국가를 구성하는 각각의 개인의 의지입니다. 적어도 현재의 대한민국과 같은 민주제 국가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더 많이 버는 사람이 더 많이 세금을 내는 체계는 정당한가요? 세금을 내는 사람 입장에서 공정한 일이라고 볼 수 있나요? 세금을 적게 내는 사람 입장에서 공정하다고 볼 수 있나요? 세금을 적게 내는 사람 입장에서는, 많이 버는 사람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시스템은 공정합니다.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 입장에서는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조금 복잡합니다. 세금 덜 내는 사람 입장보다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거든요.

이런 질문을 해 봅시다. 내가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IT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업적을 거두어 갑자기 벼락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괄목할 만한 업적'은 과연 온전히 내 노력만으로 이루어 진 것일까요? 부동산 투자를 잘 해서 떼돈을 벌었습니다. 이 '떼돈'은 과연 온전히 내 노력만으로 이루어 진 것일까요?

부동산 투자의 경우에는 부동산 투자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는 '국가'의 안정성이라는 토대 없이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IT의 경우에는 어떤가요? 역시 IT를 지원하는 국가적 시스템 없이는 어떤 활동도 정상적으로 이루질 수 없습니다. 정말로? 내가 서버 사고 내가 프로그래밍하고 내가 열심히 밤새고 해서 번 돈인데? 천만에요. 인터넷이라는 인프라를 만든 국가나 정책이 없었으면 과연 인터넷 프로그래밍이나 소셜 네트워킹을 통해서 돈을 벌 수 있었을까요?

그런 반론에도 웬지 시원하게 수긍할 수 없다면,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려봅시다. 이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구성원들은 각기 다른 지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기회는 평등하게 주어지지만, 이 사람들이 누리게 되는 성과는 여러가지로 다릅니다. 대학가는 문제를 생각해보면, 모두에게 시험을 볼 기회는 평등하게 주어집니다. 하지만 그 시험을 잘 보느냐 못 보느냐는 단순히 '내가 열심히 공부를 했느냐'만으로 좌우되지 않습니다. 부모가 돈이 많으면 시험을 잘 볼 가능성이 높아지고, 돈이 없으면 내가 열심히 삽질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건 슬프지만 사실입니다. 기회와 성과 사이에는 단순히 개인의 노력으로 평가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사회적, 환경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노력한' 개인이 누리게 되는 성과에는 다른 측면도 있습니다. 제가 직장에서 온전히 코딩에만 전념할 수 있는데에는, 저 보다 사회적으로 낮은 경제적 지위를 누리는 사람들의 기여가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 자리의 쓰레기통을 제 손으로 비우지 않으며, 내가 만든 쓰레기를 매립하기 위해 매립장에 직접 찾아가지도 않습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직장에 아이를 데려와 내 옆자리에 앉히고 일을 하지도 않으며, 아이를 교육하기 위해 직접 참고서를 뒤지고 교재를 만들지도 않습니다.

결국, 내가 성취할 수 있는 모든 결과들의 배후에는 이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노력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돈을 많이 벌었을 때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은 정당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나요? 네. 제 소견으로는 그럴 것 같군요.

이 세금은 사회 전체가 지금의 시스템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런 세금이 사라지면 어떻게 되나요? 네. 대부분의 세금이 간접세로 전환될 겁니다. 간접세는 간단히 말해, 소득이 아니라 소비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입니다. 간접세 비중이 높아지면 질수록, 이 사회에서 낮은 지위를 점하는 사람들의 살이는 어려워집니다. 그러다 보면, 소위 '서민'들의 살이는 붕괴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집니다.

무슨 뜻인가요?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은 장기적으로 봐서 세금을 내는 사람에게도 손해란 이야기입니다. 보통 세금에 대해서 이런 저런 말들이 많은 사람들은 세금 많이 내는 분들이시니, 그런 분들은 유념해 두시는 게 좋겠습니다.

자. 그럼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가 봅시다. 모든 의무교육 대상자에 대한 무상 급식은 정당한가요? 적어도 '더 많이 버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시스템 하에서는 정당합니다. 세금을 내는 사람은 적어도 자신이 내는 세금이 주는 그 정도의 혜택은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스템에서는요?

적극적인 감세 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현 정부하에서는 그다지 정당하지 않습니다. 2% 정도 되는 '형편 되는 사람들'에 정당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월급 타 먹으며 '서민'으로 살고 있는 나머지 98% 정도의 사람들에게 정당하지 않다는 소리입니다. 본인이 '서민'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면 별 문제겠습니다만, '서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합니다. '무상급식'을 '형편 안되는 사람들'만 받도록 하는 것은 '형편 안되는 사람들'에 대한 심각한 차별입니다. 나에게는 내가 어떤 경제적 지위에 있는 사람인지를 숨길 자유도 있습니다. 그런 자유를 박탈당하게 되는 것은 분명한 차별이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소득에 대해 적극적인 과세를 망설이는 정부 정책을 철회해야합니다. 단순히 '내가 받은 사회적 혜택까지도 인정하지 않는, 가진 사람만의 리그'를 구성하겠다는 것이 감세의 본 뜻이 아니라면, 철회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버는 만큼 내는 것이 왜 맞는지'를 사람들에게 설득해야 하죠.

그럼 과연 과세는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 하나요?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더 벌고자 하는 욕구'가 사라지게 만드는 수준이 아니면 됩니다. 이전 정부의 과세 수준이 부자들로 하여금 그런 욕구까지 버리게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나요? 아마 아닐 겁니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섰다고 망해버린 부자들은 못봤으니까요.

현 정부가 과세 수준을 이정도까지 낮춘 건, 사회적 책임, 그러니까 현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현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 한 야합의 결과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이런 무절제한 '경제적 탐욕'은 보통 '성장 후 분배'라는 공허한 구호에 가려져왔죠.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이런 반론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직장이 무너지는데 내가 살아남을 수 있나?' 글쎄요. 버는 만큼 낸다는 이야기는 조금 벌면 조금 낸다는 뜻도 되죠. 형편이 어렵다면 조금 벌었을 거고, 조금 벌어서 조금 냈다면 세금 내고 남는 돈의 비율이야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겠죠. 세금 많이 내면 기업이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는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결국, 무상급식이냐 아니냐는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마저 저버린 돌머리들 때문에 나온 소모적인 논쟁인 셈입니다. 아. 돌머리는 아닐 지 모르겠군요. 그냥 '굉장히 탐욕스러운 사람들'정도로 해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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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병준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