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08.04.07 11:03
인사이트의 신간, "소프트웨어, 누가 이렇게 개떡같이 만든거야"는 부제가 보여주는 대로, "사용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유쾌한 통찰"에 관한 책입니다.

예전에, (그게 대학시절이니 십년도 더 넘은 일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프레스에서 출간된, 윈도우 프로그램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느냐는 문제에 관한 책이었죠. 안타까운 것은, 그 책에서 프로그램의 사용성에 대한 쓸만한 이야기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책에는, "일반적인 프로그래머들은 알지 못하는" 사용성에 대한 문제들이 풍부하게 담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문제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식견도 풍부히 접할 수 있지요. 어조가 좀 냉소적이긴 합니다만, 그게 큰 흠이 되지는 않습니다. 사실 시중에는 "개떡같은" 인터페이스를 가지고도 장사를 하는 "개떡같은" 프로그램들이 꽤 많거든요.


이 책의 백미는 "사용자는 웹 사이트를 사용하기 위해 로그인을 할 수 있다"는 단순한 스토리를 웹 사이트들이 어떻게 구현하고 있고, 그 결과물들이 보여주는 문제들로 어떤 것이 있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고 로그인하는 것은 꽤나 간단한 절차인 것 같습니다만, 그 이면에는 사용성에 관한 문제들, 보안성에 관한 문제들, 정치적/경제적 문제들까지 꽤나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들이 숨어 있습니다. 최선은 모든 사람들이 비밀번호를 웹 사이트별로 달리 관리하는 것이 되겠습니다만, 사람은 그렇게 많은 패스워드를 어떤 패턴 없이도 기억할 수 있을 만큼 부지런하지는 못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결국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 패스워드"같은 솔루션이 등장했습니다만, 아시다시피 실패했습니다. 이 기술은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기술이 될 뻔 했습니다만, 사람들은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공룡이 개인 정보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읽어보셔야겠습니다만, 저자는 결국 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는 해법은 "고객의 관점"에서 나와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고객은 소비자인데, 지금껏 소비자들은 거지같은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만큼은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해 왔습니다. 고객은 왕이라는 흔한 모토가 소프트웨어에서 만큼은 그다지 먹히지 못한 것이죠.

물론, 거지같은 소프트웨어를 내놓는 회사는 망합니다. 망하지 않더라도, 손해를 보긴 합니다. 소프트웨어라는 것은 기업의 운영 효율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사용되기도 하는데, 거지같은 소프트웨어는 그런 점에서 전혀 도움이 안되거든요. 그렇게 보면 "왜 우리가 굳이 소프트웨어의 사용성에 대해 불평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도 나올수 있겠습니다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사용성 면에서 거지같은 일군의 소프트웨어들 가운데 "그나마 나은" 하나를 골라 써야만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거든요.

어떤 한 회사가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런 거지같은 인터페이스를 울며 겨자 먹기로 써야만 하는 일이 빈번히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마이크로소프트 라는 거대기업을 빈번히 언급하고 있는 것은 아마 그래서 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소프트웨어의 사용성을 개선한다는 행위는 고객과 생산자간의 단순한 피드백 고리를 넘어서는 모종의 경제적/정치적 투쟁으로까지 확대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거창한 해석에 넋놓고 있어서는 문제가 해결이 안되겠죠.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계몽입니다. 개발자를 계몽시켜야 하고, 사용자를 무시하는 기업을 계몽시켜야 하죠. 저자는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냉소적이지만, 먹힐 것 같지 않습니까?

[전략] ... 따라서 다음번에 개떡같이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보면 잠시 멈추고 살펴보십시오. 잠시 가지고 놀면서 프로그램이 왜 마음에 안들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정확하게 특정 부분을 콕 찍어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런 목적을 위해 있는 '부끄러움의 전당(Hall of shame)' 웹 사이트에 개떡같은 설계에 대한 글을 올리는 겁니다. 이 책의 웹 사이트인 www.whysoftwaresucks.com 이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애플리케이션 개발사에 메일을 보내 당신의 평가를 볼 수 있게 알려줍니다. 더 바보 같은 것을 찾아낼 수록, 그게 공개되는 것에 더 크게 당황할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은 사용자가 자신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번역서입니다만, 이 책의 번역은 IT 서적 답지 않게 유쾌합니다. 요령부득인 문장도 적은 편이고, 무엇보다 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듭니다. 사용성에 대한 통찰을 가벼운 마음으로 얻고자 하는 분이라면, 한번 읽어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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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병준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

  1.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네요.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08.04.10 23: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