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12.11.07 10:47

대체 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다크 나이트 3부작도 그렇고, 007도 그렇고, 리부트 3부작의 마무리는 무덤덤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영화 초반 10여분간의 액션은 숨막힐듯한 긴장감으로 기대감을 높였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역대 007 무비 가운데 최고라는 인트로에 무색하게, 영화 후반부는 지나칠 정도로 본드 개인에게 몰입한다. 문제는 그 몰입이 정말로 지나치다는 것. 가령 본드가 수영장에서 분노에 가득찬 표정으로 숨을 헐떡이는 장면 같은 것은 정말로, 없는 편이 더 나을 뻔 했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영화 초반에 본드가 죽음을 가장하고 잠적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과정의 심리 흐름에 설득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아니 그렇게 쉽게 돌아올걸 대체 왜?'


게다가 '본드는 이미 퇴물'임을 수시로 강조하지만, 극중 본드의 액션은 사실 거의 사이보그 수준이다. 본드의 '퇴물' 이미지는 대사로만 존재할 뿐, 영화를 보는 누구도 본드가 퇴물이 되었음을 실감할 수 없다는 것이 함정. '퇴물 본드'를 그리고 싶었다면,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을 참조하는 것이 좋을 뻔 했다. 하지만 다니엘 크레이그의 본드는 그런 유머로 치장하기에는 지나치게 뻣뻣하다. 그 덕에 캐릭터의 설득력은 심히 저하. 크레이그가 어깨에 힘만 조금 덜어냈었어도 이 영화는 훨씬 더 재미있을 뻔 했다. 


물론, 건질만한 부분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인트로는 압권이다. 그리고 더 기가막혔던 것은 하비에르 바르뎀이 연기한 악당 실바의 '등장'이다. 원거리에서 롱 테이크로 편집없이 걸어오는 실바를 잡아낸 시퀀스는, 역대 어떤 악당 등장씬 보다도 압도적이다. 셈 멘데스가 아니었다면 이런 장면을 설계할 수는 없었을 것. 





하지만 실바의 매력도 거기까지. 양들의 침묵을 연상하게 하는 장면을 넘어서고 나면, 실바는 지나치게 나약한 캐릭터로 돌변하고 만다. 본드를 쫓아 스코틀렌드 촌구석까지 쫓아온 그를 보면서 연상되는 것은 '등신'이라는 단어 딱 하나 뿐이다. 물론 M을 살해하겠다는 한 가지 목표에만 사로잡혀 있는 그의 자폐적 자아를 생각해 볼때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사이버 세상을 쥐락 펴락 하던 가공할 능력에 비추어 보면, 지나치게 시시한 결말이다. 


이런 영화가 만들어진 까닭을 생각해 보면, 리부트 3부작을 마무리 짓고 전통적인 본드 세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 그 '회귀'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 수 있다). 문제는 그런 강박관념이 007 무비만이 갖는 매력을 반감시켰다는 것. 다크 나이트 마지막편이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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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병준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